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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13편, 지식을 전달하는 것의 한계 아이들과 숲에 가면 이것 저것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왜 그런가? 나는 미리 그 숲에 가서 나무나, 풀, 버섯 등등 이것 저것 재밌을 만한 것들을 미리 공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숲에 가면 마음 속에서 욕망이 솟구치기 시작한다. 어떤 욕망이 솟구치는가? 바로 "나는 알고 있는데, 아이들은 모르고 있을 것들을 알려주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그러나 욕망이 과하면,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질문이다. "내가 지금 알려주려는 것이 아이들의 삶에 무슨 의미와 가치와 유익이 있는가?" 해설사가 사람들과 숲에 가면,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것이 당연하다. 미리 공부를 해서 알고 있는 것들을 쏟아내서 좋은 해설사로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입에서 "아, 이.. 2024. 3. 7.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12편, 피드백과 조직화 조직화된 프로그램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해설 프로그램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하나의 큰 주제 아래 적절하게 연결되고, 배치되었을 때 그것을 조직화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3회기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자. 그 프로그램의 전체 주제가 A라고 하자. 그럼 1회기부터 3회기까지의 주제 a,b,c가 그 전체 주제와 맞아야 한다. 아주 간단한 개념이다. 다음으로, 1회기의 주제가 a라면, 1회기 프로그램 안에서 이루어지는 활동 a1, a2, a3가 1회기의 주제인 a와 또 맞아 떨어져야 한다. 만약 주제 a와 잘 어울리지 않는데, 그냥 별 이유 없이 해설사가 한번 넣어본 활동이 있다면 과감하게 쳐내야 한다. a1,a2 a3 잘 가다가 갑자기 b가 등장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주제 뿐만 아니라.. 2024. 2. 28.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11편, '소망'이 있는 해설사 해설에 관한 책을 읽으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 바로, 해설사는 "주제"가 있는 해설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제를 쉬운 말로 표현하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자연해설사는 "자연에 관하여" 내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다른 해설사들이 자연과 관련하여 다루는 주제들은 널려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다른 해설사들이 하는 이야기들일 뿐이다. 그런 주제를 단순하게 베껴서 할 경우 해설의 질이 높아지겠는가? 낮아지겠는가? 자기 자신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스스로 연구해야 하고,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 2024. 2. 19.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10편, 해설사의 진심과 어울림 내가 아는 한 해설사 선생님이 해설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해서 한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가 인상 깊어서 기록해두려고 한다. 이야기는 대략 이런 것이었다. 해설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안 중요한 것이 없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사람들을 진심을 갖고 대하는지 여부이다. 사람들, 특히 아이들은 앞에 있는 사람이 지금 자기를 진심으로 대하는지 아닌지를 바로 알아차린다. 진심이 아니라 가식이 느껴지면, 사람들은 해설사를 경계하고 멀리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할 수 있다면 일단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할 자격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 단계도 중요하다. 진심을 갖고, 마음을 열고, 사람들과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 물론 부담스럽게 .. 2024. 2. 18.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9편, 비싼 대학교 졸업해놓고 왜 해설사를 해요? 나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나름 열심히 했다. 그 덕분에 나는 그토록 가고 싶던 서울에 상경하여 대학을 졸업하였고, 30대 초반인 현재는 지방에서 해설사로 일하고 있다. 이런 나를 보며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 비싼 대학교까지 졸업해놓고 월급도 적은 해설사를 하느냐?" "고졸도 아니고 대졸인데 아깝지 않느냐?" "빨리 다른 직종으로 가던가, 이직을 하던가, 공무원 시험이라도 봐라. 보기 안좋다." "이제 자식 낳아 키워야 되는데 흙수저로 키울거냐?" 그 분들은 나보다 훨씬 나이도 많고, 삶의 경험이 풍부하신 분들이기에, 그 조언에도 일리가 있다. 다 내가 잘 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해설사라는 직업이 경력단절여성과 미취업 청년들을 위.. 2024. 2. 16.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8편, 숲을 공부한다는 것과 숲에 기대어 산다는 것 해설사 자격증 공부를 할 때, 나는 종종 혼자 근처에 있는 등산로에 가서 숲을 공부하는 척 하며 산책을 하곤 했다. 겨울눈도 살펴보고, 나무 껍질도 살펴보고, 잎도 살펴보면서 그 나무의 이름을 알려고 했다. 이름을 알면 책과 인터넷을 살펴보며 그 나무에 대해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한 내용을 블로그에 옮겨 적었다. 그러나 그렇게 공부한 내용은 그리 오래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그것들은 내가 직접 느낀 것들이라기 보다는 다른 누군가가 연구한 내용을 베껴 쓰고, 내가 한번 더 정리한 것 뿐이었다. 나는 내가 그렇게 스스로 적은 내용들이 크게 가치 있다고 느끼지 못했다. 그 시절, 나는 숲을 공부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숲에 갔던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되돌아보자면, 그런 방식의 공부는.. 2023. 12. 19.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7편, 도대체 자연 해설이란 무엇인가? 종종 해설사들을 위한 교육에 참여하거나, 다른 해설사님들이 하는 해설을 들을 때마다 하는 생각이 있다. 바로, 대체 "해설"이란 무엇일까? 아니, "자연해설"이란 대체 무엇일까? 라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고민도 해보고, 여러 유명한 학자들의 정의도 찾아보았다. 그러나 나의 학문적 수준이 부족한 것인지 참 어렵게만 느껴졌다. 정말 자연해설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초등학생에게, 자연해설이란 무엇인지 설명하라고 하면 나는 이렇게 할 것이다. 자연해설? 우리가 맛있는 라면 한 그릇을 시켜먹는다고 하자. 그 라면의 재료는 무엇인가? 면도 있고, 고춧가루도 있고, 물도 있고, 소금도 있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그 라면의 맛은 어땠으면 좋겠는가? 뭐, 짭쪼름하기도 하고, 얼큰하기도 하고, 그냥 맛있었으면 좋을 .. 2023. 12. 18.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6편. '자원'적 관점의 식물 공부의 맹점 자연환경해설사는 말 그대로 자연환경에 대하여 해설을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자연환경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눈에 잘 띄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식물들이다. 나도 해설사로 일하면서 식물에 대해서 가장 많이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것들이 숲에서 눈에 가장 잘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식물들은 동물들에 비해 쉽게 이동하지 않는다. 동물이야 언제든지 사라졌다가 나타날 수 있지만, 식물들은 거의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 때문에 해설하기가 용이하다. 그러나 식물이 어디 한 두 종인가? 작은 숲에도 종다양성이 풍부하다면 적게는 수십종에서 많게는 수백종의 식물들이 살아간다. 따라서 나에게는 식물을 재밌게 공부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였고, 지금도 .. 2023. 12. 17.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5편. 탄소중립 교육에 관한 짧은 생각 아동부터 청소년, 성인과 노인까지 요즘 탄소중립 교육을 참 많이 한다. 탄소를 줄이지 않으면 기후위기가 발생하니까, 우리 모두 탄소를 줄이자고 한다. 일회용품 쓰지 말자고 한다. 그러나 한번 솔직하게 생각해보자. 첫째, 우리나라 탄소 배출량의 대부분이 에너지 생산과 산업이다. 에너지 생산과 산업에서 당장 탄소를 줄이면 우리나라 경제가 침체된다. 그걸 감당할 수 있는가? 탄소 줄이자고 일자리가 없어진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찬성할까? 탄소를 줄이자면서 왜 탄소 기반 경제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왜 개인들에게만 집에서 전기 덜 쓰고, 일회용품 덜 쓰고, 나무 심으라고 이야기하나?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둘째, 탄소중립 교육에 빠지지 않는 것이 일회용품 줄이자는 말인데, 1.. 2023. 12. 17.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4편. 사람과 친해지는 것이 먼저다. 해설을 잘 하려면, 자연과 친해지는 것이 먼저일까? 아니면 사람과 친해지는 것이 먼저일까?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 다르겠지만, 나는 사람과 친해지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자연해설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2명의 해설사가 있다고 하자. 첫번째 해설사는 자연에 대한 지식도 풍부하고, 말도 아주 잘하지만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한다. 그런데 두번째 해설사는 자연에 대한 지식이 조금 부족하고, 청산유수처럼 말을 하지도 못하지만 붙임성이 좋아서 사람들과 잘 친해진다. 어느 쪽 해설사와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더 즐거워할까? 아마 두번째 해설사일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해설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일이고, 일방적인 연설이 아니라 대화에 가깝다. 해설사가 사람들과 .. 2023. 11. 2.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3편. 리더형 해설사와 작가형 해설사 사람을 몇가지 유형으로 간단하게 나누는 것은 엄밀히 말해 불가능하다. 그러나 해설사들의 특징을 간단하게 이해하기 위해 한번 2가지 유형으로 나눠보려고 한다. 물론 전문적으로 연구를 해서 도출한 결론이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번 분류해본 것이다. 해설사의 유형을 분류하는 기준이 참 많지만, 나는 리더형 해설사와 작가형 해설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핵심적인 차이는 바로 "해설사가 사람들을 이끌려고 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려고 하는가?" 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사람이 먼저냐, 작품이 먼저냐."이다. 한번 예를 들어보자. 어떤 숲길이 있고, 그곳에서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하자. 리더형 해설사는 조직의 리더처럼 사람들을 이끌며 걷는다. 사람들에게 이것 저것 시키고, 냄새를.. 2023. 10. 24.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2편. 작은 차이가 중요하다. 종종 해설 프로그램이 아니라 축제 부스를 운영해야 할 때가 있다. 최근 탄소중립과 재활용을 주제로 한 부스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퀴즈를 내고, 퀴즈를 맞추면 작은 상품을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나 같은 경우, 만약 어떤 사람이 퀴즈를 틀리면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거나, 아예 상품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선생님은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분은, 어떤 사람이 퀴즈를 맞추지 못하면 이렇게 물어보았다. "선생님, 퀴즈를 틀리셨는데.. 선생님이 선택을 하세요. 노래 한 곡 하시겠어요? 아니면 여기 오신 분들에게 멋진 춤 한번 보여주시겠어요?"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은 물론 퀴즈를 틀린 그 사람까지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 분은 유쾌하게 짧은 노래를 한 곡 부르.. 2023.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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