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하기73 <나의 새 관찰기> 직박구리, 곤줄박이, 까치 (2024.12.17.) 여기는 강원도의 한 작은 도시다. 올해 봄, 나는 뒷산에서 개구리와 도롱뇽을 관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겨울이 다가오면서 양서류들은 겨울잠을 자기 위해 숨어버렸고, 겨울숲은 적막해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섣부른 판단이었다. 겨울숲은 적막하지 않았다. 겨울잠을 자지 않는 새들이 곳곳에서 우짖는 소리가 겨울 숲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디지털 카메라를 하나 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새를 찍으려고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새만큼 찍기 좋은 생물이 없다. 왜냐? 새는 사계절 내내 볼 수 있으며, 다른 야생동물들에 비해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노루, 고라니, 멧돼지 같은 동물을 생각해보라. 가까이 다가가기는 커녕 숲속에서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오늘 관찰한 새는 다음과 같다.. 2024. 12. 17.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최종 36화) 나의 작고 축축한 친구들에게_2024.7.10. 며칠 사이 엄청난 장맛비가 내렸다. 3일 내내 비가 내렸고, 오늘도 조금씩 내리고 있다. 비가 많이 내리면 배수로는 어떻게 될까? 4번 연못, 3번 틈새, 2번 얕은 연못에서는 생물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빗물이 들이닥쳐 흙과 낙엽들이 싸그리 쓸려나가버렸기 때문이다. 4번 연못에서 도롱뇽 유생 1마리를 겨우 발견했을 뿐이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비가 와서 배수로가 깨끗해졌다고 좋아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관점에서 그런 것이다. 낙엽과 흙이 사라지면 개구리와 올챙이들은 숨을 곳을 잃어버린다. 물살이 더 강해지면 아예 쓸려나가 버린다. 사람에게는 깨끗해보이는 곳이 작은 생물들에게는 지옥일 수도 있다. 1번 연못에도 한번 가보았는데, 그곳에도 낙엽과 빗물이 들이닥쳐서 철창을 반쯤 덮어버렸다. 나는.. 2024. 7. 10.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35화) 개구리들의 은신처 _2024.7.4. 요즘 뉴스에서는 매일 비가 많이 올 것이라고 예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기상청이 맨날 거짓말을 한다고 난리다. 그러나 100%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도 거의 1년 동안 이 배수로를 관찰하고 있지만, 오늘 개구리를 볼 수 있을지 없을지 절대 확신할 수 없다. 오늘도 점심시간에 산책로를 향해 걸어가면서 과연 개구리를 볼 수 있을지, 볼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오늘 배수로에서 만난 개구리들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배수로의 작은 틈새에 두 개구리가 들어가 있었는데,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 위에 살포시 올라가 있는 것이 아닌가. 개구리가 귀엽다고 생각한 .. 2024. 7. 10.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34화) 마지막 연결고리 _2024.7.3. 7월 초, TV에서는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이곳도 이틀 전부터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나는 우산을 쓰고 배수로를 향해 걸어갔다. 한참 동안 배수로에 있는 4개의 관찰지점을 돌아다녔다. 개구리들은 몇마리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올챙이들은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나는 작은 솔방울이 물에 떠 있는 것을 보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그것은 솔방울이 아니었다. 개구리 유생이었다. 앞다리와 뒷다리가 모두 나왔지만 아직 올챙이 시절의 꼬리가 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 순간, 오랜 숙제를 끝냈을 때의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이 개구리 유생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자연관찰일기를 써왔기 때문이다. 배수로에서 개구리를 본 것으로는 부족했다. 개구리 알에서 올.. 2024. 7. 4.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33화) 새끼뱀의 사냥 _2024.6.26. 어제부터 다시 비가 내렸다. 일주일 전, 이제 막 뒷다리가 나온 올챙이들이 죽은 모습을 보고 받은 충격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혹시나 살아있는 올챙이들이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산책로에 올라갔다. 웅덩이에 물이 다시 차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는 작은 올챙이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 아쉬움을 느끼며 앉아있었는데, 바로 옆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렸다. 뭔가 급박한 듯한 소리였다. 소리를 따라가보니 그곳에는 작은 뱀에게 뒷다리를 물려 괴로워하고 있는 산개구리 한마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작은 뱀은 몇달 전 이 배수로에서 만났던 바로 그 새끼뱀이 아닌가? 산개구리에 대한 동정심과 새끼뱀에 대한 반가움이 동시에 들어서 조금 혼란스러웠다. 뱀은 나를 보더니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나도 .. 2024. 7. 3.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32화) 올챙이의 죽음 _2024.6.20. 요 며칠동안 비는 한방울 내리지 않고, 30도를 넘나드는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나는 오랜만에 산책로에 가서 올챙이들을 관찰하기로 했다. 그런데, 2번 관찰지점이었던 얕은 웅덩이가 보이지 않았다. 비가 오랫동안 내리지 않았을 때도 이 웅덩이에는 그래도 얕은 물이 고여 있었다. 그래서 올챙이들이 이곳에서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가보니 이 얕은 웅덩이가 말라 있었다. 그리고 배수로 바닥에는 수십마리의 올챙이들이 죽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죽은 올챙이들 사이로 파닥거리는 몇마리의 올챙이들을 관찰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겨우 숨이 붙어 있는 이 올챙이들이 뒷다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올해 초에 이 올챙이들을 처음 본 이후로, 나는 올챙이들에게 뒷다리가 나오고, 앞다리가 나오는 모습.. 2024. 7. 3.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31화) 자연관찰이 위험한 이유 _2024.6.19. 나는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 관찰이라는 취미를 추천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이후로는 추천을 할 때 반드시 뱀을 조심하라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점심시간에 카메라를 들고 산책을 하던 중, 뭔가 특이하게 생긴 밧줄이 배수로 위에 있는 것을 보았다. 가까이 다가가니 살모사 종류로 보이는 뱀이 떡하니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뱀이 밖으로 나와있어서 다행이지, 만일 뱀이 숨어 있는 상태에서 내가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날이 아마 이 자연관찰 일기가 끝나는 날이 될 것이다. 자연관찰은 물론 좋은 취미이지만, 나의 생명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앞으로는 배수로 사진을 찍을 때 주위를 더 잘 살펴야겠다. 2024. 7. 3.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30화) 나뭇잎 서핑 _2024.6.18. 오늘은 4번 관찰지점인 두번째 연못을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이곳은 다른 어떤 관찰지점보다 많은 수의 도롱뇽 유생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얼추 세어봤을 때 20마리 정도가 있다. 이 웅덩이를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서는 배수로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이 주변에 뱀이 자주 출몰하다보니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은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에 주변에 뱀이 없음을 확인한 뒤 조심스레 내려갔다. 내려가자마자 나를 반기는 것은 수많은 곤충들이었다. 마치 가로등에 꼬이는 날벌레들처럼 수많은 곤충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웅덩이 안에서 마치 서핑을 하듯 나뭇잎을 타고 있는 무당개구리를 보니 사진을 꼭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웅덩이 위를 덮고 있는 철창, 그 사이로 햇빛만 들어오는 .. 2024. 7. 3.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29화) 절망의 벽 _2024.6.15. 비가 내리지 않은지 한참 된 것 같은데, 오늘은 오전부터 비가 내린다. 점심을 먹고 카메라를 챙겨 산책로로 향했다. 그런데 오늘은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길 한복판에 시원하게 비를 맞으며 쉬고 있는 무당개구리를 만났기 때문이다. 바로 우산을 던져놓고 카메라를 들이대었다. 그 순간 펄쩍, 하며 개구리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한동안 술래잡기를 하는 것처럼 개구리를 따라다니자, 그는 적잖이 피곤했는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옆에서 보니, 납작한 개구리의 몸에서 눈알 2개만이 하늘을 향해 톡 솟아있다. 이들은 물 속에 몸을 숨기고 두 눈만 밖으로 내밀 수 있는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 배수로에 가보니 역시나 비가 오면 나타나는 두꺼비들이 배수로에 5마리 정도 보였다. 이들은 비가 오면 어디선가 나타나 한참동안.. 2024. 7. 3.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28화) 배수로 틈새의 평화_2024.6.13. 오늘부터 이 회색연못의 구역을 세부적으로 나눠서 불러보기로 했다. 순서상 3번째 관찰지점인 이 배수로 틈새는 '3번' 지점이다. 요즘 햇볕은 점점 뜨거워지고, 배수로의 물은 말라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수로의 틈새는 양서류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당개구리 한 마리가 반신욕을 하듯 하반신은 물에 담그고, 상반신은 뭍으로 내어 주변을 관찰하고 있다. 이 틈새에는 어느덧 통통하게 자란 올챙이들이 꽤 많이 살고 있다. 언뜻 세어보니 최소 10마리 이상이다. 올해 초에 이들이 막 알에서 깨어났을 때는 눈과 입이 뚜렷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눈과 입 뿐만 아니라 콧구멍까지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이들에게도 뒷다리와 앞다리가 생겨서 이 물 밖으로 당당히 걸어나갈 날이 올까? 2024. 7. 3.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27화) 숨을 구멍이 있었다_2024.6.4. 배수로 청소 이후, 살아남은 개구리 올챙이들은 배수로에 얼마 남지 않은 웅덩이에서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도롱뇽 올챙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그들이 모두 죽은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배수로 틈새에 물이 고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수로를 만들 때, 여러개의 배수로를 이어붙였는데 그 틈새에 공간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작은 틈새에 혹시 생물이 살고 있을까 싶어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었는데, 작은 꼬리가 물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주변에 뱀이 없는지 확인한 뒤 조심스레 배수로로 내려가서 그 틈새에 카메라를 들이대보았다. 이럴수가. 나는 새끼 도롱뇽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새끼 손가락이 겨우 들어갈만한 틈새, 그 아래에 새끼 도롱뇽 5마리 정.. 2024. 6. 4.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26화) 끝없는 미로 _2024.5.26. 퇴근 후 오후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개구리들은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한다는 말이 떠올라 퇴근길에 다시 배수로를 찾아갔다. 빨리 집에 가서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배수로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아니나 다를까, 배수로 근처에 가자마자 여기 저기서 개구리들이 보였다. 그런데, 평소에 보던 개구리들과는 색깔과 생김새가 좀 달랐다. 가만히 보니, 개구리가 아니라 아직 어린 두꺼비들인 것 같았다. 집에 와서 도감을 살펴보고, 나는 이들이 개구리가 아니라 두꺼비라고 판단했다. 세어보니 약 10마리의 두꺼비들이 배수로에 들어가 있었다. 내가 이 곳을 관찰하기 시작한 이후 이렇게 많은 두꺼비를 본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나는 약 300m에 달하는 배수로를 탈출하기 위해 끊임없.. 2024. 5. 28. 이전 1 2 3 4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