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에 관한 책을 읽으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
바로, 해설사는 "주제"가 있는 해설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제를 쉬운 말로 표현하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자연해설사는 "자연에 관하여" 내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다른 해설사들이 자연과 관련하여 다루는 주제들은 널려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다른 해설사들이 하는 이야기들일 뿐이다.
그런 주제를 단순하게 베껴서 할 경우 해설의 질이 높아지겠는가? 낮아지겠는가?
자기 자신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스스로 연구해야 하고,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나에게 "소망"이 있는지 들여다 보아야 한다.
그냥 소망이 아니라, 자연과 이 사회에 관련된 소망이 있는지를 반성해봐야 한다.
물론, 삶에서 자기 스스로를 동기부여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고 진실된 소망을 찾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경험이 필요하고, 깨달음이 필요하고, 공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해설사가 있다.
그의 소망은 "아름답고 신비한 자연을 현 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가 잘 누릴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한 소망을 자각한 후에야, 그는 자신이 탐방객들에게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세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1. 인류 문명은 홀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발전해왔다.
2. 인류가 자연을 파괴하고 갈취하였을 때, 그로 인한 피해는 다시 인류에게 되돌아왔다. 하지만,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을 때는 그 이로움이 되돌아왔다.
3. 각자가 자신의 삶터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만 더 자연의 편이 되어준다면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위의 세 문장이 곧 그 해설사가 가지고 있는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조금 쉬워진다.
위의 주제에 각각 내용을 붙이면 된다.
해설 현장인 자연 속에서 위 주제를 다루기 좋은 대상을 찾고, 역사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사례를 찾으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구성한 내용들을 최대한 재미 있게, 짜임새 있게 정리하면 된다.
그런데, 만일 "소망"이 없거나 찾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되는가?
소망이 없으니,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이 없으니 열정적으로 다룰 수 있는 주제를 못찾는다.
주제가 없으니 그냥 이것 저것 재밌고 흥미로운 것들로만 채운다.
재능이 있으면 사람들을 신나게 해줄 수는 있겠으나,
그 해설이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지는 미지수이다.
그 해설을 듣고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거지? 뭐가 어쨌다는 거지?"라며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인생에서 소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크듯이
소망이 있는 해설가와 소망이 딱히 없는 해설가의 이야기의 차이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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