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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이야기/기타 포유류5

<이기적인 행동, 이타적인 결과> / 청설모 "청설모"라는 이름은 정말 특이한 이름이다. '청서(靑鼠)'는 푸른 쥐라는 뜻이고 '모(毛)'는 털이라는 뜻이다. 즉, 청설모는 '푸른 쥐의 털'이라는 뜻이다. 청서의 털, 즉 청설모는 예전부터 고급 붓의 재료로 인기가 높았는데, "청설모"가 너무 유명해지다 보니, 아예 그 동물의 이름을 갈아치워버렸다. 예를 들자면, 젖소가 우유를 생산한다는 이유로 젖소라는 생물에게 '우유'라는 이름이 붙인 것과 똑같은 일이다. 청설모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 있다면 꼭 알려주시기 바란다.​심지어 '푸른 쥐'라는 이름도 조금 어색하다. 우리나라 청설모를 직접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아마 공감할 것이다. 청설모는 전혀 푸른 색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갈색과 회색을 섞어놓은 색깔에 가깝다. 한 가지 가설에 따르면, 한반도 북.. 2024. 8. 14.
<너구리의 꼬리에는 줄무늬가 없다> / 너구리 이번 겨울, 등산을 하다가 길 한 쪽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것을 보았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갔는데, 계곡 건너편에 작은 털뭉치가 놓여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얼굴이 영락없는 너구리였다. 등산객들은 너구리를 구조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둬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누군가는 불쌍하니까 구해야 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그냥 자연에 내버려둬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조심스레 너구리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작은 너구리는 내가 3m 앞까지 왔는데도 도망치지 않았다. 너구리는 지쳐 보였고, 추위 때문인지 몸을 떨고 있었다. 눈도 반쯤 감겨 있었다. 온 몸에는 털이 다 빠져 있었고, 피부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너구리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은 생전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2024. 8. 14.
머리를 빼꼼히 내놓은 다람쥐 Eutamias sibiricus (Laxmann), 1769 11월 14일, 11월도 어느덧 중순이다. 혹시 사진찍을 만한 게 있을까 하고 산책로에 갔는데, 정말 운좋게 다람쥐를 만났다. 혹시 내가 먹을 것을 줄까봐 눈치를 보면서 나에게 조금씩 다가왔는데, 나는 먹이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 덕분에 다람쥐가 나무 뒤에서 머리를 빼꼼히 내놓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정말 운 좋은 날이다. 2023. 11. 14.
외화벌이의 주역, 귀여운 다람쥐의 잔혹한 역사 다람쥐는 아마도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에 존재하는 포유류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동물이 아닐까 싶다. 쥐인데도 불구하고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오히려 다람쥐는 귀여운 야생동물의 대명사이다. 다람쥐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만 해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반면, 멧돼지나 고라니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한번 떠올려보라. 몇 개 안 떠오르지 않는가? 날쌘 다람쥐는 이름에도 그 특성이 담겨 있다. '다람쥐'라는 이름부터가 '달리는 쥐'라는 뜻이다. '달음박질 친다'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그 달음박질과 다람쥐는 따져보면 같은 어원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귀엽고 날쌘 다람쥐에게도 슬픈 이야기가 있다. 다람쥐는 현재 포획, 채취 금지 야생동물이다. 그러나 19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2023. 10. 17.
청설모에게 배우는 직장생활 지혜 대부분의 한국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자신의 성과 직책을 붙인 이름으로 불린다. 즉, 김주임, 박사원, 최과장 등으로 불리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어느 날 출근을 했는데 직장 상사가 "김대리, 자네 이름은 김민수이지만, 사실상 김대리라는 이름으로 훨씬 더 많이 불리니까 아예 이름을 김대리로 바꿔." 라고 말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굉장히 황당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숲에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한 동물이 실제로 있다. 이 동물은 바로 청설모이다. 청설모라는 이름은 "청서"와 "모"가 붙어서 만들어진 것인데, "청서"는 푸른 쥐를 의미하고 "모"란 청설모의 꼬리털을 의미한다. 청서의 꼬리털이 고급 붓의 재료로 인기가 높다 보니, 아예 이름이 청설모가 된 것이다. 즉, 청서라는 원래 이름보다, 이 쥐의 쓰임새를 .. 2022.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