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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기/해설사 업무 일기33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29편, 자주 갈수록, 세심하게 보인다. 2년 전부터 나는 점심시간마다 사무실 뒤쪽에 있는 산책로에 가고 있다. 그 산책로는 마을 입구에서 시작하여 뒷산에 있는 숲길로 이어진다. 나는 그 길에서 45분 정도 산책을 한다. 아주 춥거나 더운 날이 아니라면 최대한 산책을 하려고 한다. 운동을 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생물을 관찰하고 자연을 느끼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해설사로 근무하다보면 아무래도 숲에 자주 가게 된다. 그러나 숲에 일을 하러 가는 것과 혼자 가는 것은 크게 다르다. 천천히, 자세히 숲을 관찰하려면 혼자 가는 것이 훨씬 낫다. 한 장소를 천천히 관찰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자연의 세밀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장소를 1년, 2년 동안 꾸준히 관찰하다보면, 자연이 변화하는 모습까지 알아차.. 2025. 1. 17.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28편, 수다의 중요성 요즘 출근을 하면 다른 해설사 선생님들과 수다를 떤다.일상적인 내용에 대한 수다도 떨고, 해설 프로그램에 대한 수다도 떤다. 공식적인 업무 회의가 아니라, 이렇게 오며 가며 가볍게 나누는 이야기들이 참 중요한 것 같다.딱딱한 회의에서는 솔직한 생각이나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다. 하지만, 사람들과 가볍게 나누는 수다 속에서 사람들의 솔직한 생각과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튀어나오곤 한다."선생님, 제가 생각해봤는데 이런 프로그램을 해보는 건 어때요?""선생님, 요즘 숲에 가면 어떤 새들이 보여요?""선생님, 오늘 저녁에 뭘 먹는 게 좋을까요? 추천 좀 해주세요." 수다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하지만 적절하게 수다를 떨다가 자리로 돌아오면, 막혀 있던 일에 관한 고민들.. 2025. 1. 5.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27편, 잘 보이려하지 말고 필요한 이야기를 하자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한다.해설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상대방에게 내가 좋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내가 '해설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상대방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상대방의 눈치를 보게 된다.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그 시선을 신경쓰게 된다.즉, 집중의 대상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가는 것이다.그러면 나도 모르게 위축되고, 소극적인 태도가 된다.그런 상태에서 실력 발휘가 되겠는가? 여유로운 태도가 나오겠는가?안된다.상대방에게 잘 보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그것은 바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상대방이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이야기를 하.. 2024. 12. 9.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26편,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이 담긴 새 해설을 듣고 한 국립공원에 가서 새에 대한 해설을 들었다. 해설사님은 평범한 목소리를 가졌다. 말주변이 좋으신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어떤 해설사의 해설보다 좋은 해설이었던 것 같다. 그는 나지막히, 그러나 진지하고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는 생물들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에 대해 이야기했다. 새가 우리 인간에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자기가 직접 찍은 새 사진과 영상, 새 소리를 들려주며 이야기했다. 직접 제작한 자료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았다. 그는 지식을 전달하려고 하지 않았다. 교육 내용을 완벽하게 전달하겠다는 조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다만 사람들이 새를 사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정말 깊게 사랑하는 것 정말 깊게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그것에 대해서 진심을 담.. 2024. 10. 15.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25편,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통로를 놓아주자 자연에 대해서 해설사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쭉 전달하는 방식의 해설이 있다. 말로 할 수도 있고, 영상을 보여줄 수도 있고, 각종 교구와 표본을 가지고 설명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함께 길을 가다가 꽃을 발견하면 해설사가 그 꽃의 정보, 예컨데 꽃 이름의 유래, 관련된 역사, 식물의 쓰임새 등을 쭉 설명해주는 것이다. 이런 해설을 정보 전달식 해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른 방식의 해설도 있다. 예를 들어, 아까처럼 함께 길을 가다가 꽃을 발견했다고 하자. 해설사는 참여자들에게 바로 여러가지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다. 줄기를 만져보게 하고, 꽃의 향기를 맡아보게 하고, 잎을 만진 뒤 냄새를 맡아보게 한다. 꽃의 색깔이 어떤지, 꽃 주변에 어떤 곤충이 보이는지 물어본다. 만약 그 식물의 열매가 떨어져 .. 2024. 9. 29.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24편, 급해 보이지 않기 당신이 어떤 숲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치자. 설레이는 마음으로 진행자를 기다렸다고 치자. 그런데 만약, 프로그램 진행자 또는 숲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나왔는데 그 사람이 딱 봐도 뭔가 급해보이고, 자기가 계획한 것들을 꼭 실행해야겠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것 같다면 어떨까?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한마디로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라는 느낌이 들기보다는 프로그램 진행자가 의도한 활동들을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수업시간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면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꼬이는 것이다. 내가 그 프로그램 참여자라고 해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질 것이다. 프로그램 진행자 또는 숲 선생님으로 사람들 앞에 선다면 급해 보여서는 안된다. 아니, 그 이전에 급한 마음을 가지면 안된다. 내가 정한 틀 .. 2024. 9. 10.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23편, 해설사의 멘탈 관리 해설사는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다.해설사는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직업이다.해설사는 해설 분야의 전문가이다. 그러나, 해설사도 인간이다.인간이라면 살다가 안좋은 일을 겪게 될 수 있다.항상 밝게 살 수만은 없고, 슬프고 괴로울 때도 있다. 하지만, 만약 그런 안좋은 감정들을 너무 오래 품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첫째, 사람들을 대할 때 자기도 모르게 부정적인 에너지가 나오게 된다.둘째,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서로 돕고, 서로 배우면서 지내야 하는데,부정적인 감정을 품고 있으면 그게 잘 되지 않는다.셋째,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면 즐겁게 해설사로 일할 수 있겠는가?해설사로 일하는 것이 즐겁지 않게 된다면, 전문가로 꾸준히 경력을 쌓을 수 없게 된다. 다른 직업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 2024. 8. 29.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22편, 애정과 관심이 있는가? (1)사람을 만나는 일, 특히 그 중에서도 연애나 결혼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다.​연인 사이의 애정이나 관심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직장에서도 일의 성과와 직무 만족도를 좌우하는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애정과 관심이라고 생각한다.​내가 직장에서 지금 맡고 있는 일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자연 교육" 또는 "생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일을 함에 있어서, 크게 3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2)첫째, 나는 내가 자연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는가? 즉, 숲에 오는 아동, 청소년, 성인, 중년, 노인... 그들에게 애정과 관심이 있는가? 나는 이 점에 있어서 100점 만점에 10점밖에 안된다고 생각한다. 반.. 2024. 7. 26.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21편, 마음 열기가 첫번째다 해설사 일을 하다보면, 내가 해설사로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자주 반성하게 된다. 특히 다른 해설사 선생님들의 해설을 듣다보면, 저 분과 나의 차이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오늘은 "마음 열기"라는 주제로 이것 저것 생각을 해보았다. 꼭 해설사가 아니라도, 우리는 타인을 처음 만났을 때 상대방이 나에게 마음을 열고 있는지, 아니면 마음을 닫고 있는지를쉽게 알 수 있다. 즉, 상대방이 나에게 진심을 보이고 있는지,아니면 가식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마음을 연다고 해서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마음을 열어서 진심을 보여줬는데, 그 진심이 조급함,  불안함, 두려움, 긴장 등으로 가득 차 있다면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상대.. 2024. 7. 13.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20편, 해설사의 초심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마음을 초심이라고 한다.어떤 사람들은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그러나 초심이라고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초심 중에 걸러내야 할 것은 걸러내고, 가져가야 할 것은 가져가야 한다. 내가 해설사 공부를 처음 할 때 가졌던 생각이 있다.지금 돌아보면, 그 생각들 중 버려야 할 것이 참 많은 것 같다.근거 없는 자신감, 해설사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 해설사가 쉬운 직업일 것이라는 착각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항상 되새겨야 할 초심도 있다.바로, '사람들 앞에서 주목을 받으며 말을 할 때 느끼는 즐거운 마음'이다.해설사로 일을 할 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초심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을 .. 2024. 6. 12.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19편, 사랑한다면, 연습하고 공부하고 실패하라. 해설이라는 분야는 어떻게 보면 참 어렵다.그림은 한번 그려 두면 영원히 전시를 할 수 있다.음악도 녹음을 해놓으면 된다.그러나, 일반적으로 해설은 그럴 수가 없다.그때 그때 항상 신선한 해설을 새롭게 만들어서 내놓아야 한다.거기다, 해설은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상대방에게 맞는 해설을 해야 한다.또한, 나 자신이 해설이라는 예술의 도구가 되기 때문에나의 외모, 태도, 행동, 표정, 분위기 등을 모두 신경써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해설은 참 어렵다.나는 요즘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한다.어려운 일을 앞두고 있으면 긴장이 된다.해설이 망할까봐 두려워진다. 그러나, 여기에는 세가지 해결책이 있다.첫째는 연습이고, 둘째는 공부이며, 셋째는 실패이다. 첫째, 해설이 긴장이 된.. 2024. 5. 2.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18편, 좋아하는 일을 잘 하기 위해서 오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선배 해설사님과 함께 갔는데, 나는 보조 역할이었다. 그래서 마음을 편하게 먹고 갔다. 그런데, 중간쯤 가서 갑자기 그 선생님이 나에게 해설을 해보라고 했다. 나는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들 앞에서 해설을 시작하려는 순간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더듬거리면서 이상한 말을 늘어놓았던 것 같다. 주제도 명확하지 않고, 그렇다고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닌, 정말 0점짜리 해설을 한 것 같다. 나는 그 곳에서 이야기를 할 준비도 되지 않았고, 연습도 안되어 있었으며, 순발력도 부족했다. 집에 오는 길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다음부터는 정말 열심히 준비를 해서, 갑자기 해설을 해야 할 때도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2024.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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