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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이야기27

도롱뇽 알은 동네 사람들의 영양간식이자 놀잇감이었다. 겨울이 끝나가고, 얼음이 녹을 때쯤 계곡에 가보면 돼지꼬리처럼 둥글게 말려 있는 알집을 볼 수 있다. 투명한 알집 중간 중간에 검은색 알이 박혀 있다. 이것은 개구리나 두꺼비의 알이 아니라 도롱뇽의 알이다. 90년대생인 나는 어렸을 때 친구들과 함께 도롱뇽 알을 찾으러 뒷산에 있던 저수지에 간 적이 있다. 그냥 별 목적은 없고 그냥 신기해서 보러 간 것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도롱뇽 알은 보지 못하고, 어떤 아저씨가 낚시대로 황소개구리를 잡는 것만 구경하다가 돌아왔었다. 도롱뇽 알이나 도롱뇽을 가지고 놀아본 적은 없다.  하지만 과거의 어린이들은 도롱뇽 알을 가지고 잘 놀았다고 한다. 신준수 시인이 쓴 글을 읽어보면, 요즘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기록되어 있다. 우선, 남자 아이들은 도롱뇽을 주워다.. 2024. 12. 1.
연탄 수거함을 뒤지는 길고양이, "반반이" 올해 2024년도 거의 끝나간다. 겨울이 가까이 온 듯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있다. 고양이들도 겨울을 나기 위해 털이 복실복실해지고 있다.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고양이를 만났다. 내가 3m 정도까지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고양이는 나를 신경쓰지 않았다. 열심히 연탄수거함에 들어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있었다.나는 이 고양이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볼까 고민하다가, "반반이"라고 짓기로 했다. 왜냐? 얼굴을 보면 왼쪽은 갈색, 오른쪽은 검은색으로 반반 색깔이 나눠져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올린 뒤, 내가 전에 찍었던 길고양이 사진을 찾아보니 1년 전, 2023년 11월에 이 길고양이를 똑같은 장소에서 발견하고 기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년 사이에 꽤 자란 모습이다. 2024. 11. 30.
영월 <제비 카스테라>의 제비집 안내문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특히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제비집을 소중히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영월 서부시장 안에 라는 가게가 있는데, 이 곳은 가게 이름에 벌써 제비가 들어간다. 그리고 가게 외부에 붙은 제비집 2개에는 제비들의 이름을 적은 명패까지 붙여두셨다. 또, 그 아래에는 제비의 똥에 관한 안내문도 써두셨다. "파리에는 루비똥, 영월에는 제비똥" "제비네 화장실에 쓰레기 버리면 똥싸개" 라고 써 있다. 안내문의 내용이 재미있고, 적극적으로 제비를 보호하는 하나의 사례라고 생각되어 기록해둔다. 2024. 9. 14.
영월 일미닭강정의 제비집 안내문 영월에 가면 유명한 닭강정 집이 있다. 바로 일미닭강정이다. 그런데 이 집이 특이한 점이 또 있다. 바로 제비집 안내문이 붙어 있다는 사실이다. 매년 이 가게를 찾아오는 제비식구들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었나 보다. 일미닭강정에서는 제비집을 부수지 말라는 안내문을 붙여두었다.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서 잘 드러나있듯, 제비는 우리나라에서 복을 불러오는 새로 여겨지고 있다. 영월에 가서 일미닭강정에 가보길 참 잘했다. 2024. 9. 14.
<이기적인 행동, 이타적인 결과> / 청설모 "청설모"라는 이름은 정말 특이한 이름이다. '청서(靑鼠)'는 푸른 쥐라는 뜻이고 '모(毛)'는 털이라는 뜻이다. 즉, 청설모는 '푸른 쥐의 털'이라는 뜻이다. 청서의 털, 즉 청설모는 예전부터 고급 붓의 재료로 인기가 높았는데, "청설모"가 너무 유명해지다 보니, 아예 그 동물의 이름을 갈아치워버렸다. 예를 들자면, 젖소가 우유를 생산한다는 이유로 젖소라는 생물에게 '우유'라는 이름이 붙인 것과 똑같은 일이다. 청설모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 있다면 꼭 알려주시기 바란다.​심지어 '푸른 쥐'라는 이름도 조금 어색하다. 우리나라 청설모를 직접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아마 공감할 것이다. 청설모는 전혀 푸른 색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갈색과 회색을 섞어놓은 색깔에 가깝다. 한 가지 가설에 따르면, 한반도 북.. 2024. 8. 14.
<너구리의 꼬리에는 줄무늬가 없다> / 너구리 이번 겨울, 등산을 하다가 길 한 쪽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것을 보았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갔는데, 계곡 건너편에 작은 털뭉치가 놓여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얼굴이 영락없는 너구리였다. 등산객들은 너구리를 구조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둬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누군가는 불쌍하니까 구해야 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그냥 자연에 내버려둬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조심스레 너구리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작은 너구리는 내가 3m 앞까지 왔는데도 도망치지 않았다. 너구리는 지쳐 보였고, 추위 때문인지 몸을 떨고 있었다. 눈도 반쯤 감겨 있었다. 온 몸에는 털이 다 빠져 있었고, 피부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너구리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은 생전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2024. 8. 14.
<배수로에 이무기가 산다>/도롱뇽 작년 여름이었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은 뒤 회사 휴게실에서 누워 있었는데, 문득 산책을 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무실 근처를 돌아다녔는데, 알고 보니 사무실 뒷산에 꽤 유명한 둘레길 코스가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그날부터 시간만 되면 점심시간에 둘레길 코스를 걸으며 산책을 했다. 산책로 오른쪽에는 배수로가 길게 설치되어 있었고, 군데 군데 물이 조금 고여 있었다. 나는 그 배수로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비가 오는 날에 우산을 쓰고 산책을 하는데 개구리 한 마리가 배수로에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개구리의 사진을 찍으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개구리가 한 마리가 아니었다. 300m 정도 되는 배수로에 10마리 정도의 개구리가 있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보호하기 위해.. 2024. 8. 14.
대전 천연기념물센터 연못 남생이 촬영 (2024.5.30.) 남생이를 촬영할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대전에 위치한 천연기념물센터에 가면 남생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침 다음날이 휴무일이라 바로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갔다. 내가 찾은 가장 최근의 정보가 2년 전의 정보이기 때문에 남생이가 아직도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천연기념물센터에 전화를 해도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 다행히도, 아직 남생이들이 잘 살고 있었다. 몇 년 사이에 새끼들이 태어나 지금은 총 25마리가 작은 연못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25마리라니 생각보다 많은데, 연못이 조금 작아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연못에는 남생이 알 껍질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것들이 바로 새로운 남생이들이 태어난 흔적이었다. 이곳의 남생이들은 길을 잃거나 불법으로 포.. 2024. 5. 30.
로드킬 당한 길고양이를 도로에서 치워주었다. 퇴근길에 도로에 하얀색 물체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가까이 가보니 로드킬 당한 고양이의 시체였다. 도로 한 가운데에 고양이가 있었고, 차들은 고양이의 시체를 피해가느라 분주했다. 그냥 두면 차들이 고양이의 시체를 피하려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고양이의 시체가 계속 차에 부딪혀 훼손될 것이 분명해보였다. 나는 주변에서 삽을 하나 구했다. 그리고 고양이를 중앙선 가드레일 쪽으로 밀어두었다. 나는 그다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우연히 길을 건너다 차에 치인 고양이를 보고 마음이 참 좋지 않았다. 여기가 횡단보도가 있는 도로가 아니고, 차가 너무 많아서 더 이상 고양이의 시체를 보살펴주지는 못했다. 땅에 묻어주지는 못해서 미안하지만, 만약 고양이들을 위한 천국이 있다면 이 고.. 2024. 1. 9.
닭을 키우겠다는 아들에게 다산 정약용이 한 말 어느 날, 다산 정약용은 아들이 닭을 키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반적인 아버지라면 돈을 얼마나 버는지, 닭이 잘 크는지,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를 주로 물어봤을 것 같다. 그러나 다산 정약용은 달랐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네가 양계를 한다고 들었다. 닭을 키우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닭을 키우는 것에도 우아한 것과 속된 것, 맑은 것과 탁한 것의 차이가 있다. (중략) 기왕 닭을 기른다면 모름지기 백가의 책 속에서 닭에 관한 글을 모아 계경을 짓는 것도 좋겠구나." "계경", 즉 닭에 관한 경전을 지으라는 말이었다. 이왕 닭을 키울 것이라면, 닭에 관한 좋은 내용을 모아 경전을 지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라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굉장히 특별한 아버지였던 것 같다. 무슨 일.. 2023. 11. 15.
머리를 빼꼼히 내놓은 다람쥐 Eutamias sibiricus (Laxmann), 1769 11월 14일, 11월도 어느덧 중순이다. 혹시 사진찍을 만한 게 있을까 하고 산책로에 갔는데, 정말 운좋게 다람쥐를 만났다. 혹시 내가 먹을 것을 줄까봐 눈치를 보면서 나에게 조금씩 다가왔는데, 나는 먹이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 덕분에 다람쥐가 나무 뒤에서 머리를 빼꼼히 내놓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정말 운 좋은 날이다. 2023. 11. 14.
외화벌이의 주역, 귀여운 다람쥐의 잔혹한 역사 다람쥐는 아마도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에 존재하는 포유류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동물이 아닐까 싶다. 쥐인데도 불구하고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오히려 다람쥐는 귀여운 야생동물의 대명사이다. 다람쥐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만 해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반면, 멧돼지나 고라니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한번 떠올려보라. 몇 개 안 떠오르지 않는가? 날쌘 다람쥐는 이름에도 그 특성이 담겨 있다. '다람쥐'라는 이름부터가 '달리는 쥐'라는 뜻이다. '달음박질 친다'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그 달음박질과 다람쥐는 따져보면 같은 어원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귀엽고 날쌘 다람쥐에게도 슬픈 이야기가 있다. 다람쥐는 현재 포획, 채취 금지 야생동물이다. 그러나 19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2023.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