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나름 열심히 했다. 그 덕분에 나는 그토록 가고 싶던 서울에 상경하여 대학을 졸업하였고, 30대 초반인 현재는 지방에서 해설사로 일하고 있다.
이런 나를 보며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 비싼 대학교까지 졸업해놓고 월급도 적은 해설사를 하느냐?" "고졸도 아니고 대졸인데 아깝지 않느냐?" "빨리 다른 직종으로 가던가, 이직을 하던가, 공무원 시험이라도 봐라. 보기 안좋다." "이제 자식 낳아 키워야 되는데 흙수저로 키울거냐?"
그 분들은 나보다 훨씬 나이도 많고, 삶의 경험이 풍부하신 분들이기에, 그 조언에도 일리가 있다. 다 내가 잘 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해설사라는 직업이 경력단절여성과 미취업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또는 복지사업 차원에서 시작되었기에 아직까지는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전문직이 아니라, 할 일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잉여 일자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을 어떻게 해소해야할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참 어려운 문제다.
나는 좋은 해설을 하기 위해, 비록 학력은 학부가 끝이지만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 해설 경험을 쌓고 벤치마킹을 하고 독서를 한다. 그런데 위의 이야기들을 들으면 힘이 빠지곤 한다.
물론 나도 월급을 많이 받고 싶고, 나도 노력해서 전문가 대우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해설가라는 직업을 대학교 시절부터 동경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업계 외부의 사람들과 해설사들 스스로 이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떠나서 말이다.
정말 해설에 대한 열정을 갖고 실력을 갈고 닦는 해설가들이 많아지기를, 그래서 해설가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앞으로 더 좋아지기를, 해설 시장이 커지기를, 유명한 해설가가 더 많이 배출되기를, 해설가들이 명실상부한 전문가 대우를 받기를 염원한다.
언젠가 내가 그러한 일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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