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해설 프로그램이 아니라 축제 부스를 운영해야 할 때가 있다. 최근 탄소중립과 재활용을 주제로 한 부스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퀴즈를 내고, 퀴즈를 맞추면 작은 상품을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나 같은 경우, 만약 어떤 사람이 퀴즈를 틀리면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거나, 아예 상품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선생님은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분은, 어떤 사람이 퀴즈를 맞추지 못하면 이렇게 물어보았다. "선생님, 퀴즈를 틀리셨는데.. 선생님이 선택을 하세요. 노래 한 곡 하시겠어요? 아니면 여기 오신 분들에게 멋진 춤 한번 보여주시겠어요?"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은 물론 퀴즈를 틀린 그 사람까지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 분은 유쾌하게 짧은 노래를 한 곡 부르시고 상품을 받아갔다. 물론 올바른 퀴즈 정답도 설명해주었다.
물론 그런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또, 어떤 사람은 노래하거나 춤을 추라고 하면 기분 나빠할 수도 있다. 다만, 사람과 상황을 잘 가려서, 적절한 시점에, 해설사가 그런 "웃긴" 제안을 하면 그 효과는 매우 좋을 수도 있다.
되돌아보니, 나는 상대적으로 좀 딱딱하고 모범생스럽게 부스를 진행했고, 그 선생님은 재미와 유익함을 모두 챙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그 선생님의 진행 방식을 앵무새처럼 따라한다고 해서 내가 더 좋은 해설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해설사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도 있고, 마치 숙제 검사를 받는 듯한 긴장감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말을 다시 생각해보는 하루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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