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섬에서는 버려진 담배꽁초도 쓸모가 있다. 물론 너무 많이 버려지면 문제가 되겠지만 말이다. 사람들에게 이 초록섬은 담배를 물고 가다가 꽁초를 버리기 좋은 장소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버려진 꽁초마저 작은 곤충들에게 숨을 장소가 되어주는 곳이 바로 이 초록섬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풀들의 대부분이 뽑히거나 잘려나간 뒤, 초록섬은 점점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풀이 무성했을 때는 한낮에도 싱싱해보였는데, 이제는 아니다. 뿌리에서 수분을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에 뽑혀버린 풀들은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냉이의 씨앗을 만져보니 푸석푸석하게 부숴져 버린다. 하트 모양의 열매가 처음에는 초록색이었다가, 붉은색으로 변하더니, 결국 하얗게 말라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역시 새로운 생물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새끼 바퀴벌레인지 노린재인지 모를 아주 작은 곤충을 발견했는데, 너무 빨라서 손으로 잡아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쫄았는지 가만히 멈춰서 있어서, 다행히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근처에는 빨간색 진드기 같은 것들이 무수히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또한, 개미들을 관찰하던 중 이 초록섬에 살고 있는 개미가 한 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큰 종이 있는 한편, 집에서 가끔 보이는 아주 작은 개미들도 살고 있었다. 그들은 작은 집을 지어 초록섬 변두리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큰 개미의 10분의 1 크기밖에 되지 않는 작은 개미들이었다. 큰 개미는 어떤 녀석들이고, 작은 개미들은 어떤 개미들일까? 이들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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