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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기/보도블럭 틈새 생물 관찰기

<보도블럭 틈새의 식물들> (16화) 2023년 5월 21일

by 토종자라 2023.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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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날씨도 많이 따뜻해졌고, 한낮에는 반팔을 입지 않으면 더워서 견딜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식물들이 생기를 되찾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초록섬에 가보았다. 역시나, 잠잠했던 초록섬에는 서서히 초록색 풀들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아직 죽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듯, 민들레 꽃이 두 송이 피어있었다. 민들레는 꽃이 참 오랫동안 피는 것 같다. 민들레꽃 하나가 피고 지면, 또 다른 민들레가 피고.. 그 민들레가 지면, 구석에 있던 또 다른 민들레가 꽃을 피운다. 민들레는 잎이 바닥에 가깝게 붙어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손이 잘 닿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초록섬의 풀을 뽑을 때에도 비교적 잘 살아남았다.

 오늘은 새롭게 2종의 식물이 발견되었다. 둥근 접시 같은 잎을 피우는 풀 하나, 그리고 괭이밥으로 보이는 풀이 그것이다. 이 풀들은 어떻게 자신들이 잎을 틔울 시간이 되었음을 깨닫는 것일까? 부디 이 식물들이 꽃을 피울 때까지는 사람들이 이 곳의 풀들을 뽑지 말았으면 좋겠다.

 관찰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작은 콩벌레 한마리가 시멘트 바닥을 가로질러 초록섬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초록섬에서 식물이 아닌 생명체의 존재를 찾고 싶었던 나의 마음을 알았던 것일까? 콩벌레야 만나서 반가웠다. 사람들에게 밟히지 말고 오래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