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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들이 한번 싹 뽑혀나간 이후로 나는 이 초록섬을 그리 유심히 관찰하지 않고 있다. 왜냐? 풀과 개미밖에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풀이 무성하다는 것은 작은 곤충들이 숨을 곳도 많고, 먹을 것도 많다는 것이다. 작은 곤충들이 많으면 그 곤충들을 잡아 먹기 위해 다른 생물들도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길을 지나다가 이 장소에 들러 아무리 지켜봐도 풀과 개미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환경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시민들의 생태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농사를 짓는다거나, 생태와 관련된 직업을 갖지 않는 이상, 일상에서 자신의 생태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멀리 떨어진 숲이나 바다, 습지에 가서 생태교육을 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보도블럭 틈새의 식물들을 잘 활용한다면 일상에서도 사람들이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예컨데, 자신이 지나다니는 길 근처에 자신만의 초록섬을 하나씩 정한 뒤,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문화를 조성한다던지 해서 말이다.
제초작업이 한번 시행된 이후, 초록섬은 모든 것이 사라진 듯 조용했다. 그러나 이 식물들은 얼마나 끈질긴지, 시간이 지나자 어디선가 또 잎을 틔우고 열매를 만들고 있다. 이 작은 장소의 흙을 모조리 파버리거나, 시멘트로 덮어버리지 않는 이상, 식물들은 몇번이고 부활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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