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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기/뒷산 배수로 생물 관찰기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23화) 배수로에 빠진 어린 노랑턱멧새_2024.5.20

by 토종자라 2024.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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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지를 벗어난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억지로 둥지를 벗어나 세상으로 나갔는데, 예상치 못한 수렁에 빠진다면 더욱 괴로운 일일 것이다. 오늘 점심 산책을 하는데, 배수로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보니 배수로에 작은 새 한마리가 빠져 있었다. 크기로 보니 이제 막 둥지를 벗어난 어린 새였다.

 나는 배수로의 철창을 걷어내고 배수로로 내려갔다. 새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으나, '푸드덕' 하는 소리와 함께 새는 재빨리 도망쳐버렸다. 나는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서 순식간에 새를 향해 던졌다. 그리고 조심스레 발버둥치는 새를 붙잡은 뒤, 숲속에 놓아주었다. 새의 발톱이 나의 손바닥을 긁어대는 날카로운 감촉이 느껴졌다. 

 어린 새는 공포에 질려 울기 시작했고, 주변에는 헤어스타일이 멋진 새 한마리가 불안한듯 이리 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다. 어린 새의 부모 새인 것 같았다. 나는 어린 새가 숲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본 뒤 배수로의 철창을 다시 닫았다. 그리고 산책을 마무리했다.

 5월 중순, 요즘 주변에 둥지를 나온 어린 새들이 자주 보인다. 오늘 본 어린 새의 경우, 생물도감에서 찾아본 결과 노랑턱멧새인 것으로 보인다. 아직 비행실력이 좋지 못한 어린 새들이 이 배수로에 빠진다면 결과는 눈에 보이듯 뻔하다. 굶어죽거나, 뱀에게 잡아먹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배수로에 철창을 설치해놓으면 사람들은 걷기가 편할 것이고, 또 안전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생물들에게는 썩 그렇지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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