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퇴근 후 야간 관찰을 해보기로 했다.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하나 사먹고, 다이소에서 손전등과 반투명 테이프를 샀다. 손전등이 너무 밝으면 생물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았기 때문에 반투명 테이프를 손전등 전구에 붙여서 밝기를 줄어보려고 했다.
오후 8시, 어두운 산책로에 올라갔다. 동시에, 야간 관찰은 혼자서는 더 이상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혼자 밤길을 걷는 것이 위험할 것 같았고, 뱀에 물리거나 했을 때 나를 도와줄 동료가 없기 때문이었다.
마음의 여유를 같고 30분동안 계속 배수로를 오가며 손전등으로 생물들을 관찰했다. 내가 기대했던 개구리나 도롱뇽의 활발한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다보니 허벅지가 아파왔다. 불빛을 보고 곤충들이 달려들어서 아주 성가셨다.
그 때, 배수로 속 물 속에서 '첨벙'하고 아주 작은 움직임이 나타났다. 나는 그것이 낙엽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3분 동안 계속 그 움직임을 응시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산책로에 엎드린 뒤 손을 길게 뻗어 사진을 찍어보았다.
개구리였다. 언뜻 보면 나뭇잎과 전혀 구별이 되지 않았다. 만일 이 개구리마저 나타나주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정신이 아찔했다. 크기가 작은 것으로 보아 1~2년생 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세를 취해주는 듯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주었다. 그리고 1분 후, 개구리는 낙엽 아래로 다시 숨어버렸다.
배수로 안에는 개구리도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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