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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새벽부터 하루 종일 비가 왔다. 퇴근하고 바로 집에 갈까 했지만, 이런 좋은 날을 놓칠 수는 없다. 어린이날에 비가 오는 것은 안타깝지만, 개구리나 도롱뇽들을 비가 오는 날을 더 좋아할 것이다. 혹시나 배수로에서 생물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해서 퇴근길에 배수로를 찾아갔다.
한참동안 배수로에 시선을 고정하고 왔다 갔다 하면서 관찰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특수부대가 입는 전투복 무늬를 가진 무당개구리가 보였다. 그 순간 잠시 숨쉬는 것까지 잊어버리고 그 자리에 멈춰섰다. 대체 이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숲 속에서 왔을까? 아니면 이 배수로에서 계속 살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우산을 잠시 내려두고, 배수로로 내려가 무당개구리의 뒷모습을 촬영했다. 개구리의 시선에서 보니 이 배수로는 더 깊어보였다. 조금 과장을 보태어, 개구리의 입장에서는 이 배수로가 마치 그랜드 캐니언과 같은 협곡으로 느껴질 것 같다. 이들은 자신들이 어디에 빠져버린 것인지 알고 있을까?
주위에서 나뭇가지를 몇 개 주워와서 배수로에 비스듬히 놓아두었다. 개구리들이 배수로를 빠져나가서 숲으로 가고 싶을 때 혹시나 이 나뭇가지를 사다리처럼 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나뭇가지를 놓다가 실수로 무당개구리를 살짝 건드렸는데, 그 순간 무당개구리는 뒤로 발라당 넘어지면서 자신의 빨간색 배를 보여줬다. 나를 깜짝 놀라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았다. 특수부대 옷을 입었으면서 엄살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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