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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기/뒷산 배수로 생물 관찰기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19화) 길고 긴 장벽 _2024.4.25.

by 토종자라 2024.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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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의 기온은 이제 25도를 넘나들고 있다. 햇볕은 뜨겁고 공기는 후끈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걷고 있는데, 산책로의 흙이 빗물에 쓸려 배수로 안으로 쏟아진 것이 보였다. 그렇다. 이 배수로에 물이 고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중간 중간 흙이 쏟아져 천연 댐의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도롱뇽이나 개구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도롱뇽 알을 관찰해보기로 했다. 배수로 틈새에 단단히 붙여 놓은 도롱뇽 알집 안에는 도롱뇽의 올챙이가 이제 제법 생명체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도롱뇽은 어쩌면 낮에는 이 배수로 틈새에 숨어 있다가, 밤에만 사냥을 하러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배수로 안에 들어간 상태로 사진을 찍다가 옆을 보았다. 나에게는 무릎 높이밖에 되지 않지만, 사람 손가락만한 크기의 작은 도롱뇽이나 개구리 같은 생명들에게는 이 얼마나 막막한 장벽이겠는가? 물론 내가 그들의 입장이 되어볼 수는 없겠지만, 배수로에서 살아가는 것이 그렇게 자유롭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단체에서 배수로에 생물 탈출로를 만들어주는 사업을 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 곳에도 그런 탈출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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