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로에 갈 때마다 요즘 걱정거리가 생긴다. 최근 비가 오지 않으면서 배수로의 물이 점점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챙이들은 나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일 쑥쑥 자라고 있다.
나는 산책을 할 때 항상 회색 연못에 먼저 들린다. 작년에는 회색 연못 쪽에 개구리들이 많았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까지 단 한 마리의 개구리도 회색연못에서 보지 못했다. 대신, 회색 연못과 연결된 배수로 쪽에서 놀라운 사건들을 경험하고 있다. 이제 나는 이 배수로에 물이 고여 있는 곳들도 회색 연못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이 배수로에 개구리가 사는 것은 이해를 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배수로 틈새에 자리잡은 도롱뇽의 알을 발견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맞다면, 바나나처럼 길쭉하게 생긴 이것은 개구리가 아니라 도롱뇽의 알이다. 혹시나 도롱뇽들을 볼 수 있을까 해서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낙엽 밑에 숨어 있는 것인지 도롱뇽을 발견하지 못했다. 대체 이 알은 누가 낳고 간 것일까?
또 오늘은 반가운 녀석을 한 마리 만났다. 바로 장지뱀이다. 정확하게 어떤 종류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개의 다리로 재빠르게 낙엽 틈새를 오가는 장지뱀을 보았다. 내가 한참동안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에게 뭘 찍고 있는지 물어봤다. 나는 내 손가락의 그림자를 이용하여 장지뱀의 위치를 가르쳐 주었다. 아주머니 한 분이 비명을 질렀다. 파충류를 무서워하는 분인 것 같았다.
올챙이들은 지난 주에 비해 또 크게 성장했다. 이들과 눈을 마주칠 수 있는 날이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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