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실천하기/해설사 업무 일기

'좋은' 해설 프로그램의 조건 (숲해설,자연환경해설,생태해설 등)

by 토종자라 2022. 11. 14.
728x90

좋은 숲해설 프로그램이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해서 많은 해설가와 학자들의 의견이 존재한다. 내가 숲해설 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것들과 전문가들의 생각을 종합해서 좋은 해설 프로그램의 조건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당연히 내 생각은 정답이 아니며, 다양한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1. '정보 제공'이 아니라, '감동 촉진'이어야 한다.
-숲해설의 목적이 무엇인가? 다양한 의견이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숲해설의 목적은 참여자들이 숲에서 감동을 느끼도록 돕고 거들어서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자연이 보다 가까워지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감동'이란 무엇인가? "사물이나 현상의 아름다움 또는 위대함 등을 깊게 느끼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 바로 감동이다.
-숲에서 만나는 나무, 풀, 꽃, 곤충, 새 등의 이름, 특성, 생태 등등 특정한 정보를 알려 주는 것도 중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 참여자들이 숲에서 생명의 아름다움, 숲의 신비로움, 자연의 위대함 등을 느끼며 "감동"하지 않는다면 그 해설은 결코 좋은 해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2. 참여자들과 관련이 있는 해설이어야 한다.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좋은 숲해설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참여자들과의 관련성이다. 예컨데, 참여자들이 "다문화 결혼 이주여성"인데, 숲해설의 내용은 "건강한 노년을 위한 숲 산책" 이라면 어떨까? 또는, 참여자들이 "고등학생들"인데, 숲해설의 내용은 유치원생들이 좋아하는 숲놀이 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면 어떨까? 물론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이렇게 숲해설의 참여자들과 내용의 초점이 전혀 맞지 않는다면 좋은 해설이 아니다.
-숲해설은 숲해설가가 참여자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며, 그 말하고 싶은 주제가 명확해야 한다. 그 주제는 어디서 나와야 할까? 참여자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가 필요하며, 숲해설가 자신은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를 가장 많이 생각해야 한다.

3. 숲해설의 장소, 시간, 계절에 맞는 해설이여 한다.
-'시기'에 맞는 해설을 해야 한다. 꽃들이 만발하는 봄에 겨울눈 이야기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반대로 잎이 하나도 없는 겨울철에 단풍 이야기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참여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해설에 별로 집중하지 않을 것이다.
-'장소'에 맞는 해설을 해야 한다. 참나무 숲에서 소나무 이야기를 하고, 소나무 숲에서는 참나무 이야기를 한다면 어떨까? 또는, 눈 앞에 단풍나무 잎이 널려 있는데 그 잎들은 가만히 두고, 뜬금 없는 교구를 꺼내서 참여자들에게 설명하면 어떻게 될까? 그것만큼 이상한 일이 없을 것이다.
-물론 어쩔 수 없이 교구를 사용해야 하거나, 현장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를 잠깐 해야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지금", "여기", "주변에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1시간 짜리 해설을 하기 위해서 10시간, 20시간의 답사와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4. 큰 주제는 일관성 있게 짜고, 세부 주제는 다양하게 짜는 것이 좋다.
-숲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다보면 주제가 너무 산만해서, 도대체 해설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 나무를 보면 이 주제를 이야기하고, 저 나무를 보면 저 주제를 이야기했다가, 뜬금없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이나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일관성 있게 숲해설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숲에서 만나는 생물도 다양하고, 그만큼 관련된 이야기도 다양하기 때문에, 실제로 딱 1개의 주제로만 이야기를 이끌어가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숲해설 프로그램의 내용에는 어느 정도 일관된 주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해설 프로그램 전체의 주제가 딱 한가지만 있는 해설 프로그램은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것 같다. 1~2시간 짜리 프로그램일 경우 전체 주제는 1개이되, 그 안에 작은 소주제들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즉, 여러가지 소주제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결국 그 주제들이 하나의 큰 주제로 정리되는 것이다.

5. 해설가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과의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해설가가 일방적으로 참여자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강의식" 숲해설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프로그램 전체를 해설가의 이야기만으로 채우면 그만큼 지루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해설가와 참여자들 사이에 서로 질문을 하고, 답을 하며 즐겁게 의사소통을 할 때 숲해설 프로그램의 몰입도와 만족도가 높아진다. 그런데, 문제는 "재밌고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질문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뜬금없이 참여자들에게 "이 나무의 학명이 뭔지 아세요?" 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아니요." 라는 답이 돌아올 것이다. 즉, 참여자들이 애초에 잘 답 할 수 없는 질문을 주구장창 한다고 해서 그 해설이 좋은 해설이 되는 것이 아니다.
-참여자들의 연령, 특성, 성별 등을 잘 연구해서, 그들이 즐겁게 답변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예컨데 참여자들 중에 군대를 다녀온 성인 남성들이 많다면, "군대에서 가장 많이 보는 동물이 무엇이었나요?" 라고 질문을 한다던가, 60대 이상의 성인들이 대부분이라면 그 세대가 익히 알고 있는 노래에 관해 질문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물론, 참여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에 꼭 질문하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질문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

숲해설 프로그램에 참여자로 참여해보고, 숲해설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이 분야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좋은 해설 프로그램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며 더 좋은 해설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