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화된 프로그램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해설 프로그램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하나의 큰 주제 아래 적절하게 연결되고, 배치되었을 때 그것을 조직화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3회기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자. 그 프로그램의 전체 주제가 A라고 하자. 그럼 1회기부터 3회기까지의 주제 a,b,c가 그 전체 주제와 맞아야 한다. 아주 간단한 개념이다.
다음으로, 1회기의 주제가 a라면, 1회기 프로그램 안에서 이루어지는 활동 a1, a2, a3가 1회기의 주제인 a와 또 맞아 떨어져야 한다. 만약 주제 a와 잘 어울리지 않는데, 그냥 별 이유 없이 해설사가 한번 넣어본 활동이 있다면 과감하게 쳐내야 한다. a1,a2 a3 잘 가다가 갑자기 b가 등장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주제 뿐만 아니라 컨셉에서도 조직화되어야 한다. 전체 프로그램의 컨셉이 체험과 놀이인데, 내부 구성을 보면 체험 10%, 놀이 20%, 창작 20%, 강의가 50%면 어떻게 될까? 컨셉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그래야 참여자들이 혼란을 겪지 않고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다. 안그래도 해설 현장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최대한 조직화되지 않으면 중구난방이 되기 쉽다.
하지만 이 간단한 조직화가 왜 어려운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해설사가 야생화 프로그램을 진행 하는데, 야생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멧돼지, 노루, 박쥐 이야기를 한참동안 한다고 해보자. 그런데 그 동물들이 야생화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참여자들은 갑자기 멍해질 것이다. 그런데, 만약 같이 동행한 동료나, 참여자가 아무 피드백도 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 해설사는 어쩌면 자기 프로그램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예를 또 들어보자. 앞 부분에서는 멸종위기종의 안타까운 사연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뒷부분에서는 나뭇잎을 활용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라고 했다가, 마지막에는 뜬금없이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면? 어떤 해설사가 그런 해설 계획서를 써서 당신에게 보여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제대로 피드백을 해주지 않는다면 그 해설사는 자기가 아주 좋은 프로그램을 짰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기 객관화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이 필요하다. 해설에 관해 솔직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꼭 있어야 한다. 경험이 많은 해설사의 이야기도 듣고, 젊은 해설사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 상처를 주고 헐뜯는 피드백이 아니라, 상대방을 살려주고 나도 살아나는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탐방객이나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피드백도 당연히 잘 받아야 한다.
해설 프로그램에 대해 열린 대화를 할 수 있어야,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이 수정, 보완된다. 자연이 끊임없이 변해가며 세상에 적응하고, 또 세상을 변화시키듯, 해설도 그러해야 한다. 피드백이 열려 있는 해설윽 그렇지 않은 해설의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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