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숲에 가면 이것 저것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왜 그런가? 나는 미리 그 숲에 가서 나무나, 풀, 버섯 등등 이것 저것 재밌을 만한 것들을 미리 공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숲에 가면 마음 속에서 욕망이 솟구치기 시작한다.
어떤 욕망이 솟구치는가?
바로 "나는 알고 있는데, 아이들은 모르고 있을 것들을 알려주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그러나 욕망이 과하면,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질문이다.
"내가 지금 알려주려는 것이 아이들의 삶에 무슨 의미와 가치와 유익이 있는가?"
해설사가 사람들과 숲에 가면,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것이 당연하다.
미리 공부를 해서 알고 있는 것들을 쏟아내서 좋은 해설사로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입에서 "아, 이 해설사 정말 해설을 잘 하더라." 라는 말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어렸을 때 선생님에게 어떤 중요한 지식을 전달받은 것이 기억에 남는가?
아니면, 그 선생님과 정말 재밌는 활동을 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고, 그 선생님에게 따뜻한 관심을 받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가?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식이란 자신의 삶터에서 유용하지 않으면 쉽게 사라진다.
이제 숲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극소수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숲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아간다.
숲이라는 맥락 속에서는 쓸모 있는 지식을 많이 알려준다고 하자.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터로 돌아가서도 그 지식이 쓸모 있을까?아마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환경이 바뀌면 필요한 지식도 바뀐다.
일단 나부터 해설을 공부하면서,숲에서 해설을 들을 때는 "아~그렇구나~"를 연발하지만,
일상생활로 돌아오면 그 지식들이 아주 쉽게 잊혀진다.
도시에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그 지식을 활용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식을 전달하고자 한다면,
"내가 알려주려는 것이 이 사람들의 삶에 무슨 의미와 가치와 유익이 있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이야기를 찾거나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내가 알고 있는 것이니까 알려준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하며,그럴 바에는 차라리 해설을 줄이고,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특색있는 체험을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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