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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섬을 관찰하는 나의 자세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멀찌감치 서서 사진만 찍었었는데, 언젠가부터 쪼그려 앉기 시작했다. 그러나 쪼그려 앉아서 사진을 찍으면 초점이 흔들릴 때가 많다. 그래서 요즘은 한쪽 무릎을 꿇고 관찰을 하고 있다.
꽃은 왜 피는 것일까? 나는 초록섬의 꽃을 보고 그저 예쁘구나, 아름답구나 하고 지나치곤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아무 목적 없이 피는 꽃은 없다. 식물 입장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이 아닌가. 초록섬의 식물들이 피운 꽃들은 식물들이 세상에 외치고 싶은 어떤 메시지의 표현인 것 같다.
나는 살아 있다. 나는 열매를 맺고 싶다. 나는 씨앗을 세상에 퍼뜨리고 싶다. 다음 세대를 만든 뒤에 죽어 사라지고 싶다. 그러니 누군가 날 좀 도와다오. 초록섬의 꽃들은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하다. 괭이밥도 어느샌가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달렸고, 개발바닥풀, 파이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들은 꽃을 피운 1차 목적은 일단 달성한 것이다.
나는 세상에 어떤 꽃을 피우고 싶은가? 그 꽃을 피우고자 하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가? 그것은 무엇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퇴근길의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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