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초록섬을 지나며, 무성하게 자란 강아지풀들이 언제쯤 열매를 뿌릴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오후 출퇴근길에 초록섬에 가보았더니, 그 사이에 제초작업이 말끔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풀들이 이렇게 말씀하게 뽑혀버린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기존에는 뽑은 풀을 다시 보도블럭 위에 얹어두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다른 곳에 내다 버린 것 같다. 괭이밥 두 포기 정도, 그리고 이끼들, 아직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풀들 몇 포기 정도가 남아있을 뿐이다. 그나저나 괭이밥은 이번에도 용케 살아남았다.
아쉽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제초작업이 이뤄지기 전에 씨앗을 퍼졌다면 내년에 다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당분간은 이 곳에서 그 식물을 관찰하기가 힘들 것이다. 나는 그저 이런 척박한 곳에서 식물들이 자라고 다른 작은 생물들이 찾아오는 것이 신기해서 관찰을 하고 있지만, 여기가 만약 내 집 앞이라고 한다면 나도 이렇게 제초작업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몇일 전에 보았던 뾰족풀의 꽃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 아쉬워서 여기 저기 들여다보는데, 갑자기 차 한 대가 멈춰서더니 창문을 내렸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한 선생님이 마침 길을 지나다가 나를 본 것이다. 선생님은 나에게 대체 거기서 뭘 하고 있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생물 관찰이요." 라고 말했다. 내 대답을 들은 선생님은 약간 당황하신 것 같았다.
예전이었다면 거리가 깔끔해져서 좋다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이제는 아니다. 약간의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길거리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처한 현실이다. 오늘따라 작은 개미들을 괴롭히는 큰 개미가 얄밉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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