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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기/보도블럭 틈새 생물 관찰기

<보도블럭 틈새의 식물들> (34화) 2023년 8월 2일

by 토종자라 2023.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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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나는 직업의 특성상, 사람들 앞에서 무엇인가를 설명해야  할 때가 많다. 그래서 말을 잘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이 참 쉽지 않다. 그 뿐이 아니다. 술을 끊으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오늘은 초록섬에서 깜짝 손님을 만났다. 여러번의 제초작업을 거치며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뾰족풀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3송이의 꽃과 함께 말이다. 지난번에 분명히 다 뽑혀버렸을 텐데.. 어딘가에 몇 가닥의 뿌리와 잎이 남아 있었나보다.

 뾰족풀이 초록섬에 번성했을 때는 햇빛을 손쉽게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강아지풀들의 틈새에서 겨우 몇 줄기의 햇빛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뾰족풀은 포기하지 않고 꽃을 피워낸 것이다. 링 위에 쓰러져 있던 권투선수가 마지막 힘을 모아 상대에게 날리는 어퍼컷을 보는 듯 하다.

 물론 뾰족풀은 나를 응원해주기 위해 꽃을 피운 것이 아니다. 척박한 환경이지만 꽃을 피울만한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에 그저 당연하게 꽃을 피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뾰족풀에게 응원을 받을 수 있었다. 원하는 바가 있으면 끝까지 한번 노력해보라는 응원.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라는 응원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