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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기/보도블럭 틈새 생물 관찰기

<보도블럭 틈새의 식물들> (32화) 2023년 7월 28일

by 토종자라 2023.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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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아침 일찍 출근을 해야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그냥 초록섬을 지나치려고 했다. 어차피 어제 한번 관찰을 했으니, 그리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초록섬을 지나치던 중 내 눈에 파란색이 들어오고 말았다. 파란색. 지난 5개월 정도의 관찰 기간 중에 한번도 보지 못했던 색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곳에는 파란색 꽃잎 2장이 딱 피어있었다. 뾰족풀이 있었던 자리였다. 예전부터 이 뾰족풀 틈새로 이 식물의 잎을 보았었지만, 항상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러나 뾰족풀이 뽑힌 뒤부터 햇빛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쑥쑥 자라기 시작했고, 오늘 드디어 꽃을 피운 것이다. 그런데 꽃잎이 2장 밖에 없고, 또 그것이 토끼 귀처럼 윗부분에만 딱 2장이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날아다니는 곤충들을 유혹하기 위해 과감하게 아래쪽에 있는 꽃잎을 포기한 것일까?
 5개월 동안 이 작은 곳을 관찰했을 뿐인데, 내가 평생 봐왔던 식물보다 더 많은 식물들을 관찰한 것 같다. 길거리에 피는 식물들이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식물은 아닐 것이고, 전국적으로 피는 종들이 대부분일텐데 말이다. 지난 시간, 나는 얼마나 주변의 생명들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일까?
 사람들은 문명과 자연의 영역을 구분한다. 그리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도시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꾸준한 관심이 있다면 문명의 영역에서도 얼마든지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나에게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인생의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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