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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기/보도블럭 틈새 생물 관찰기

<보도블럭 틈새의 식물들> (31화) 2023년 7월 27일

by 토종자라 2023.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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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섬에 제초 작업이 이뤄질 때마다 왠지 모를 섭섭한 마음이 들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한동안 제초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풀들이 쑥쑥 자라고 있는 것은 보기 좋지만, 자주 제초를 하시던 주민분이 혹시 어디가 편찮으신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자주 제초를 해도 걱정, 제초를 안해도 걱정, 걱정도 참 많다.

 강아지풀들은 키가 많이 자라서 마치 빌딩숲을 이룬 모습이다. 그리고 빌딩숲 아래의 작은 노점상들처럼, 키 큰 강아지풀 아래에 괭이밥이 조용히 자라고 있다. 괭이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빨리 저 키 큰 강아지풀들을 누가 뽑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초록섬 변두리에는 강아지 발바닥처럼 꽃잎 끝이 조금씩 갈라진 꽃이 자라고 있다. 그래서 개발바닥꽃이라고 일단 불러보고 있다. 그 반대편 한구석에는 개망초가 서서히 꽃잎을 벌릴 준비를 하고 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이름은 그냥 아는 대로 부르고, 처음 보는 것들은 그냥 내 마음대로 이름을 붙였다가 천천히 생물도감을 찾아보고 있다. 대뜸 이름부터 알려고 하다보면 공부를 하는 느낌이 들어서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