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찰하기/보도블럭 틈새 생물 관찰기

<보도블럭 틈새의 식물들> (17화) 2023년 5월 27일

by 토종자라 2023. 6. 1.
728x90

 황량했던 초록섬은 다시 초록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비를 맞으니 식물들은 더욱 짙은 초록색을 낸다. 다들 열심히 배를 불리고 이 작고 네모난 섬을 다시 정복하기 위한 경쟁에 열을 올리는 듯 하다.

 초록섬의 중간에는 마치 화산섬의 중심에 솟은 화산처럼 키큰 풀 2종이 살아가고 있다. 분명히 저번에 모두 뜯겨버린 줄 알았는데, 어느새 다시 솟아났다. 누군가가 심었던 식물들인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생긴 식물들인지는 모르겠으나 생명력 하나는 정말 끈질기다.

 식물들의 생명력에 감탄하고 자리를 떠나려고 하는 순간, 보랏빛을 머금은 작은 꽃봉오리 7개를 만났다. 온 몸이 짜릿해지는 순간이었다. 초록섬 중간에 솟아난 뾰족뾰족한 풀, 나는 그 풀을 그냥 "뾰족풀"이라고 혼자 부르며 관찰을 계속해왔다. 이제 꽃이 피면, 이 식물에 붙은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제발 그 때까지 누군가가 이 꽃봉오리를 꺾지 않길 간절하게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