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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길을 걷다가 우연히 보라색 꽃을 보았다면, 아마도 그냥 "신기하다"라고 생각한 뒤 지나쳐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3개월 동안 한 장소를 관찰하다가, 풀이 자라고,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마침내 꽃이 핀 것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은 '신기함'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오마이갓~"이라고 중얼거리며, 나는 보라색 꽃을 향해 다가갔다.
잎이 길고 뾰족해서 그냥 '뾰족풀'이라고 불렀던 풀에서 보라색 꽃이 피어났다.꽃잎은 3장, 노란색 수술은 6개씩 달려 있었다. 나는 이 척박한 보도블럭 틈새에서 꽃이 피어났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한참동안 꽃을 관찰했다. 집에 와서 도감을 찾아보니, 이 식물의 이름은 "자주달개비"였다. 북아메리카가 고향인 이 여러해살이 식물은 관상용으로 우리나라 곳곳에 심어져 있다고 한다. 꽃이 아침에 피었다가 당일 오후가 되면 시든다고 하는데, 정말로 퇴근길에 가보니 꽃이 보이지 않았다.
초록섬의 식물들은 모두 어디선가 날아온 씨앗이 발아하여 자란 것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자주달개비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누군가가 이 초록섬의 식물들을 가꾸었을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자연스레 자라났거나, 또는 누가 심었거나, 자주달개비는 이 초록섬에서 갖은 고난을 이겨내며 다른 식물들과 함께 살아남았다.
초록섬의 생명력을 아름다운 꽃으로 보여준 자주달개비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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