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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이야기27

호식총은 그 자체로 하나의 주술행위였다. 그 옛날, 화전민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이었을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는 없지만, 이 호식총을 보면 아마도 "호랑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호식총은 호랑이에게 물려죽은 사람의 무덤이면서, 동시에 일종의 주술행위가 남긴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런가? 호랑이에게 물려죽은 사람을 위로하는 무덤이라기보다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창귀가 되어 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특정한 주술행위를 한 흔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은 그냥 귀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창귀"라는 좀 특별한 귀신이 되는데, 이 창귀는 호랑이의 종이 되어 다른 희생양을 유인하게 된다. 희생양을 찾지 못하면 영원히 호랑이의 종이 되어 저승으로 가지 못한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호랑이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2022. 7. 12.
길고양이에 대한 잡생각 도시라는 장소에서 가장 번성하는 포유류를 뽑으라면 당연히 인간이다. (인도나 동남아에 가면 가끔 사람보다 원숭이가 더 많이 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한국의 도시에는 어딜가나 길고양이가 번성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서울의 관악산 같은 곳에는 야생 개떼들도 종종 발견되지만, 사실 개보다는 고양이가 일반적인 주택가에서 야생으로 살기에는 더 적합하다. 개들은 들판에서 집단으로 사냥감을 쫒아가서 사냥하는 방식에 특화되어 있지만, 고양이들은 들판을 뛰어다니기 보다는 단독으로 사냥감에게 조용히 접근하여 한번에 덮치는 방식으로 사냥을 한다. 따라서 여기저기 몸을 숨길 수 있는 복잡한 주택가가 고양이에게는 적합한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수직의 시멘트 세계가 삭막해보이기는 하지만, 고양이에게는 좋은 삶터.. 2022. 7. 3.
청설모에게 배우는 직장생활 지혜 대부분의 한국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자신의 성과 직책을 붙인 이름으로 불린다. 즉, 김주임, 박사원, 최과장 등으로 불리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어느 날 출근을 했는데 직장 상사가 "김대리, 자네 이름은 김민수이지만, 사실상 김대리라는 이름으로 훨씬 더 많이 불리니까 아예 이름을 김대리로 바꿔." 라고 말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굉장히 황당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숲에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한 동물이 실제로 있다. 이 동물은 바로 청설모이다. 청설모라는 이름은 "청서"와 "모"가 붙어서 만들어진 것인데, "청서"는 푸른 쥐를 의미하고 "모"란 청설모의 꼬리털을 의미한다. 청서의 꼬리털이 고급 붓의 재료로 인기가 높다 보니, 아예 이름이 청설모가 된 것이다. 즉, 청서라는 원래 이름보다, 이 쥐의 쓰임새를 .. 2022.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