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화전민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이었을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는 없지만, 이 호식총을 보면 아마도 "호랑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호식총은 호랑이에게 물려죽은 사람의 무덤이면서, 동시에 일종의 주술행위가 남긴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런가? 호랑이에게 물려죽은 사람을 위로하는 무덤이라기보다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창귀가 되어 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특정한 주술행위를 한 흔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은 그냥 귀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창귀"라는 좀 특별한 귀신이 되는데, 이 창귀는 호랑이의 종이 되어 다른 희생양을 유인하게 된다. 희생양을 찾지 못하면 영원히 호랑이의 종이 되어 저승으로 가지 못한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호랑이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의 영혼까지 악귀로 여겨 두려워했을까.
태백산에서 만난 호식총의 안내문에 써 있듯, 호랑이는 사람을 잡아먹으면 큰 뼈와 머리를 남겨두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호랑이한테 죽는 것도 무서운데, 그 시체마저 굉장히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모습으로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이 시체를 마주친 사람은 그 뼈를 화장한다. 화장이 흔치 않았던 조선시대에 화장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시체를 불길한 것으로 여겼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시체를 화장하면 그 자리에 바로 돌을 쌓는다. 이것은 창귀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무거운 돌로 창귀를 내리 누르는 주술행위가 아닐까 한다. (죽은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다음으로는 돌무더기 위에 다시 시루를 얹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으며 그 중 하나는 창귀를 시루에 쪄 죽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 정도 했으면 창귀도 잠자코 있을 법 한데, 당시 사람들은 얼마나 창귀가 무서웠는지 시루에 꼬챙이나 물레용 쇠가락을 꽂기까지 했다고 한다. (물레가 돌고 돌듯이, 호식총 안에 갇힌 창귀가 영원히 그곳에서 돌고 돌라는 의미라는 설도 있음)
호랑이가 산에서 사라진 지금, 호식총을 보며 창귀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보인다. 가수 안예은의 노래 "창귀"를 듣고 창귀라는 것이 무엇인지 처음 알았다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우리가 지금 호식총을 보며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불과 100년, 200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의 산을 지배하는 최강의 생물은 인간이 아닌 호랑이였다는 사실이다. 호랑이는 떠났지만 호식총은 그 자리에 남아 그러한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참고자료>
https://youtu.be/zcyn9HZZ6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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