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끝나가고, 얼음이 녹을 때쯤 계곡에 가보면 돼지꼬리처럼 둥글게 말려 있는 알집을 볼 수 있다. 투명한 알집 중간 중간에 검은색 알이 박혀 있다. 이것은 개구리나 두꺼비의 알이 아니라 도롱뇽의 알이다.
90년대생인 나는 어렸을 때 친구들과 함께 도롱뇽 알을 찾으러 뒷산에 있던 저수지에 간 적이 있다. 그냥 별 목적은 없고 그냥 신기해서 보러 간 것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도롱뇽 알은 보지 못하고, 어떤 아저씨가 낚시대로 황소개구리를 잡는 것만 구경하다가 돌아왔었다. 도롱뇽 알이나 도롱뇽을 가지고 놀아본 적은 없다.
하지만 과거의 어린이들은 도롱뇽 알을 가지고 잘 놀았다고 한다. 신준수 시인이 쓴 글을 읽어보면, 요즘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기록되어 있다. 우선, 남자 아이들은 도롱뇽을 주워다가 달리기 경주를 시켰는데, 도롱뇽이 앞으로 가지 않고 계속 U턴을 하거나 후진을 하니까 화가 나서 밟아 죽이기도 했다고 한다. 여자 아이들은 도롱뇽 알집을 팔찌처럼 손목에 걸거나, 목걸이처럼 목에 걸치고 놀았다. 도롱뇽 알을 주워다가 어른들한테 주고 10원, 20원을 받아 간식을 사먹기도 했다.
어른들은 그 도롱뇽 알을 가지고 무엇을 하는가? 도롱뇽 알이 몸에 좋다고 생각하여 소금을 찍어먹거나, 막걸리 잔에 도롱뇽 알집을 터뜨려 알만 담은 뒤 후루룩 마셨다고 한다. 아이들도 도롱뇽 알을 그냥 먹거나 콩가루에 찍어 먹었다고 한다.
"도롱뇽 알 먹기" 민속은 신준수 시인의 기록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 민속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다. 그리고 경칩 즈음에 개구리나 도롱뇽의 알을 먹는 민속은 지금도 행해지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도롱뇽 알을 먹는가? 겨울을 이겨내고 겨울잠에서 깨어난 도롱뇽이 낳는 알이기 때문에 그 안에 생명의 기운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해석해볼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이른 봄에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양보충을 위해 양서류의 알을 먹었던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한편, 요즘 우리 사회의 아이들은 어떤까? 일단 대부분의 아이들은 도롱뇽 알을 근처에서 쉽게 볼 수가 없다. 도시에서는 이미 오래 전 도롱뇽이 사라졌다. 쉽게 볼 수가 없는데 어떻게 그 도롱뇽 알을 가지고 놀겠는가? 이제는 도롱뇽 알과 개구리 알을 구분할 수 있는 아이들도 별로 없고, 실제로 도롱뇽를 본 적이 있는 아이들도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들은 학교 가랴, 학원 가랴, 바쁘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 놀거리도 많다. 가끔 생태 교육이나, 생태 체험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뿐, 일상적으로 자연에서 노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나는 아이들이 예전처럼 도롱뇽 알을 가지고 팔찌, 목걸이를 만들어 놀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도롱뇽들을 가지고 달리기 경주를 하며 놀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도롱뇽 알을 집 근처에서 직접 관찰하고, 그 알에서 도롱뇽이 태어나는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참고자료>
https://www.cc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441936
http://www.hnwoori.com/news/articleView.html?idxno=3479
https://www.slrclub.com/bbs/vx2.php?id=hot_article&no=375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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