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는 아마도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에 존재하는 포유류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동물이 아닐까 싶다. 쥐인데도 불구하고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오히려 다람쥐는 귀여운 야생동물의 대명사이다. 다람쥐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만 해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반면, 멧돼지나 고라니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한번 떠올려보라. 몇 개 안 떠오르지 않는가?
날쌘 다람쥐는 이름에도 그 특성이 담겨 있다. '다람쥐'라는 이름부터가 '달리는 쥐'라는 뜻이다. '달음박질 친다'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그 달음박질과 다람쥐는 따져보면 같은 어원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귀엽고 날쌘 다람쥐에게도 슬픈 이야기가 있다.
다람쥐는 현재 포획, 채취 금지 야생동물이다. 그러나 19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의 수출품이었다. 믿겨 지는가? 1962년 기록을 보면 강원도 다람쥐 655마리가 1마리당 1달로로 일본에 수출되었고, 1970년에는 30만마리가 수출되었다. 1983년 경제 기사를 보면, 이 때는 가격이 올라 1마리당 5달러, 총 10만 마리가 일본에 수출되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다람쥐 수출에 진심이었는지는 1970년 한 경제 기사를 읽으면 알 수 있다. 이 기사에서는 1970년 다람쥐 수출 목표가 300만 달러였으나 20만 달러밖에 채우지 못했다고 하면서, 다람쥐 인공사육단지 조성과 수집자금의 뒷받침이 있어야 수출 부진을 극복할 수 있다고 쓰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화전민들이나 산촌 주민들이 다람쥐를 많이 잡아다가 팔았다. 기근이 심할 때 다람쥐 굴을 찾아서 다람쥐가 숨겨놓은 양식을 꺼내 먹었기 때문에, 다람쥐 잡는 방법을 잘 알았다. 어떤 사람들은 올무를 단 낚시대로 다람쥐를 붙잡아 팔기까지 했다. 다람쥐 포획이 너무 심해지지자, 산림청에서는 다람쥐 포획을 1991년에 금지했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다람쥐를 수입해서 훈련시킨뒤, 애완용으로 미국, 프랑스, 영국은 물론 동남아시아까지 수출했다. 그런데, 유럽으로 간 다람쥐 중 일부가 가정집을 탈출한 뒤 숲으로 가서 정착하는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람쥐가 포획 금지 대상이지만, 유럽에서는 다람쥐가 100대 침입종 중 하나이다.
필자는 숲 속에서 만나는 야생동물들은 그 숲 속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1960년~80년대 경제성장이 최우선이었던 우리나라에서 그런 말은 통하지 않았다. 귀여운 외모 때문에, 사람을 잘 따른다는 이유 때문에 야생에서 잡혀와 사람들 앞에서 재롱을 떨어야 했던 수백만 마리의 다람쥐들의 잔혹한 역사를 잊지 말아야겠다.
<참고자료>
https://www.korean.go.kr/nkview/onletter/20051201/03.html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wild_animal/820573.html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03/2016050303448.html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1216030002
https://www.mk.co.kr/news/economy/592076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0482973
https://www.mk.co.kr/news/economy/12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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