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럭 틈새의 식물들> (12화) 2023년 4월 26일
민들레, 냉이, 꽃다지, 광대나물, 그리고 아직 정확히 이름을 알지 못한 3종의 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던 버스정류장 앞 공터,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는 갑자기 풀을 뽑기 시작했을 것이다. 어떤 것은 비틀고, 어떤 것은 뿌리채 뽑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알지 못한다.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일주일 사이, 초록섬의 식물들은 재앙을 만났다. 근처에 사는 주민일 수도 있고,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일 수도 있고, 그냥 지나가던 사람일 수도 있다. 그 사람의 눈에는 아마 이 풀들이 그저 동네의 미관을 해치는 잡초들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을 비난하며, 이 초록섬의 식물들을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작은 공터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3.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