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며칠 사이 엄청난 장맛비가 내렸다. 3일 내내 비가 내렸고, 오늘도 조금씩 내리고 있다. 비가 많이 내리면 배수로는 어떻게 될까? 4번 연못, 3번 틈새, 2번 얕은 연못에서는 생물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빗물이 들이닥쳐 흙과 낙엽들이 싸그리 쓸려나가버렸기 때문이다. 4번 연못에서 도롱뇽 유생 1마리를 겨우 발견했을 뿐이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비가 와서 배수로가 깨끗해졌다고 좋아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관점에서 그런 것이다. 낙엽과 흙이 사라지면 개구리와 올챙이들은 숨을 곳을 잃어버린다. 물살이 더 강해지면 아예 쓸려나가 버린다. 사람에게는 깨끗해보이는 곳이 작은 생물들에게는 지옥일 수도 있다.
1번 연못에도 한번 가보았는데, 그곳에도 낙엽과 빗물이 들이닥쳐서 철창을 반쯤 덮어버렸다. 나는 어두컴컴한 웅덩이를 관찰하기 위해 쪼그려 앉았다. 내가 처음 배수로 관찰을 시작하게 된 바로 그 자리였다. 나는 맑은 물 속에서 꼭 껴안고 있는 두 마리의 무당개구리를 보았다. 그들은 마치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듯했다.
배수로는 변화무쌍한 곳이다. 올챙이가 가득했던 연못에 물이 갑자기 말라버리기도 하고, 비가 많이 와서 모든 것이 쓸려가기도 한다. 이 배수로를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 작고 축축한 생물들을 마음 속으로 응원하며, 나의 배수로 관찰일기를 마무리한다.
'관찰하기 > 뒷산 배수로 생물 관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35화) 개구리들의 은신처 _2024.7.4. (0) | 2024.07.10 |
---|---|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34화) 마지막 연결고리 _2024.7.3. (0) | 2024.07.04 |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33화) 새끼뱀의 사냥 _2024.6.26. (0) | 2024.07.03 |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32화) 올챙이의 죽음 _2024.6.20. (0) | 2024.07.03 |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31화) 자연관찰이 위험한 이유 _2024.6.19. (0) | 2024.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