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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기/보도블럭 틈새 생물 관찰기

<보도블럭 틈새의 식물들> (9화) 2023년 4월 7일

by 토종자라 2023.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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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퇴근길에 초록섬을 찾아갔다. 민들레 씨앗이 또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닌지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몇 개가 남아있었다. 솜털 낙하산을 단 작은 씨앗들 중, 아직 날아가지 못한 것들이 남아 있었다. 이렇게 날아간 씨앗들이 도로에 떨어지지 않고, 한줌의 흙이라도 있는 틈새에 떨어진다면 그곳에서 싹을 틔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분홍꽃들 중 일부는 꽃을 모두 떨어뜨리고 줄기와 잎만 남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꽃이 솟아났던 자리에는 작은 구멍들이 보였다. 이제 이 구멍에서 어떤 일이 펼쳐질까?
 마지막으로, 오늘은 초록섬을 확장시키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초록섬 가장자리에 난 쑥들이었다. 낮게 퍼져서 자란 쑥들은 경계를 넘어 보도블럭 위로 잎을 드리웠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아주 얕게 흙이 깔려 있었다. 흙이 바람에 휩쓸리거나, 빗방울을 맞고 밖으로 튀어나간 것들 중 일부를 쑥잎이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만일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이 곳에서 사라진 뒤,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나면 이 거리 전체가 초록빛으로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