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해서 해설사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쭉 전달하는 방식의 해설이 있다. 말로 할 수도 있고, 영상을 보여줄 수도 있고, 각종 교구와 표본을 가지고 설명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함께 길을 가다가 꽃을 발견하면 해설사가 그 꽃의 정보, 예컨데 꽃 이름의 유래, 관련된 역사, 식물의 쓰임새 등을 쭉 설명해주는 것이다. 이런 해설을 정보 전달식 해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른 방식의 해설도 있다. 예를 들어, 아까처럼 함께 길을 가다가 꽃을 발견했다고 하자. 해설사는 참여자들에게 바로 여러가지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다. 줄기를 만져보게 하고, 꽃의 향기를 맡아보게 하고, 잎을 만진 뒤 냄새를 맡아보게 한다. 꽃의 색깔이 어떤지, 꽃 주변에 어떤 곤충이 보이는지 물어본다. 만약 그 식물의 열매가 떨어져 있다면 그 열매를 만지거나, 옷에 붙여보거나, 가능하다면 먹어보게 한다. 탐방객들이 충분히 그 식물과 상호작용을 하게 한 뒤, 해설사가 의도했던 바가 무엇이었는지, 탐방객들이 체험한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때로는, 그러한 부가적인 설명조차 필요없을 때도 있다.
나는 이런 방식의 해설을 "통로 놓아주기" 방식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자연과 탐방객의 사이를 가로막고, 해설사가 아는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다. 자연과 탐방객이 소통할 수 있도록 중간에 통로를 놓아주고 해설사는 잠시 물러났다가 돌아오는 방식을 말한다.
정보전달식 해설을 잘 하는 것도 능력이다. 하지만, 해설이 모두 정보전달식으로만 구성되면 탐방객들은 쉽게 지칠 수 있다. 해설사가 전해주는 내용을 받아들이기만 해야하기 때문에 마치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개인적인 경험을 되돌아보자면 "통로 놓아주기" 방식을 중심으로 해설 프로그램을 구성했을 때 탐방객들이 상대적으로 덜 지루해 하는 것 같다. 해설사가 제시한 방식을 통해 자연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되면 탐방객들은 점점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자연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상태가 되면, 탐방객들은 소극적인 청중의 입장에서 벗어나 자연을 탐험하고, 관찰하고, 더 나아가 스스로 의문점을 가지고 자연을 탐구하는 과학자가 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자연을 탐험하고, 관찰하고, 탐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그것이 자연 해설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런 해설을 하기 위해서는 해설사 자신부터 자연을 탐험, 관찰, 탐구하는 법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깨우쳐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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