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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직장을 입사 8개월만에 그만둔 적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동네에 있는 농아인협회에서 수어를 배우고 있었는데, 내가 퇴사를 했다고 하니 수어 선생님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음 직장에 가면 젖은 낙엽처럼 그냥 지내세요." 라고 말이다. 지금도 종종 그 말이 떠오른다.
마른 낙엽은 바람이 불면 날아간다. 만약 날아간 낙엽이 개울에 빠진다면 어디론가 멀리 떠내려가 버릴지도 모른다.그러나 젖은 낙엽은 쉽게 날아가지 않는다. 누가 일부러 파내지 않는 이상 그 자리에서 서서히 분해되어 흙의 일부가 된다.
나도 언젠가는 젖은 낙엽이 되어보고 싶다. 단, 퇴비가 되어 그의 일부가 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흙바닥을 만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