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을 했는데, 주차장 자리 한칸에 눈더미가 쌓여 있었다. 제설차가 지나가면서 눈을 흘리고 간 것인데, 그 눈더미로 인하여 주차장의 자리 한칸이 무의미해졌다.
나는 삽을 들고 그 눈더미를 치우기 시작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내가 예전에 다녔던 직장에서 했던 일은 남으로 하여금 눈을 치우게끔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카리스마 있고 강단 있게 남을 부리는 것을 잘해야 일을 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성격이 좀 이상한 것인지는 몰라도, 남이 한 것을 보고 그 수준이 마음에 들었던 적이 별로 없다. 특히, 나에게는 카리스마도 없고 강단도 없었다. 그래서 답답했던 적이 많았는데, 그렇다고 관리자인 내가 직접 그 일을 할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막상 내가 그 일을 직접 해보면, 현장 전문성이 부족해서 그런지 잘 처리하지도 못했다.
지금 직장에서는 다른 누가 아니라 내가 직접 눈을 치워야 한다. 대충 치워도 그만, 깔끔하게 치워도 그만이다. 그러나 나는 성격이 좀 이상한 것인지는 몰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눈을 치우고 쾌감을 느끼는 편이다. 얼어붙은 눈은 삽으로 깨버리고, 눈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아무도 모를 정도로 빗자루질을 하면 참 통쾌하다.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도 없고, 남의 작업을 평가할 권한도 없다. 내 앞에 있는 일을 내 손으로 처리할 뿐이다. 남이 일한 것의 수준이 낮네 높네 할 것도 없다. 답답하면 그냥 내가 직접 하고, 내 작업에 대한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그러한 사실이 나의 마음을 아주 편안하게 한다.
정신노동이 좋은가, 육체노동이 좋은가, 아니면 감정노동이 좋은가? 각자의 성향에 잘 맞는 일을,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일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