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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다시 비가 내렸다. 일주일 전, 이제 막 뒷다리가 나온 올챙이들이 죽은 모습을 보고 받은 충격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혹시나 살아있는 올챙이들이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산책로에 올라갔다. 웅덩이에 물이 다시 차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는 작은 올챙이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
아쉬움을 느끼며 앉아있었는데, 바로 옆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렸다. 뭔가 급박한 듯한 소리였다. 소리를 따라가보니 그곳에는 작은 뱀에게 뒷다리를 물려 괴로워하고 있는 산개구리 한마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작은 뱀은 몇달 전 이 배수로에서 만났던 바로 그 새끼뱀이 아닌가? 산개구리에 대한 동정심과 새끼뱀에 대한 반가움이 동시에 들어서 조금 혼란스러웠다.
뱀은 나를 보더니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나도 조금 당황스러웠는데, 그것은 새끼뱀이 삼키기에는 산개구리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저 개구리를 삼키다간 뱀의 입이 찢어질 것 같았다.
1분간의 정적이 흘렀다. 새끼뱀은 개구리를 포기하기로 마음 먹은 것 같았다. 개구리에게서 입을 떼고 재빨리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아마 새끼뱀은 오늘의 교훈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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