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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기/자연인 생활도감

<자연인 프로젝트> 질경이로 제기 차기

by 토종자라 2024.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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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인 나는 어렸을 적 초등학교 체육시간이나 운동회 때 제기차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때였을 뿐, 일상에서는 제기차기를 하며 놀았던 기억이 없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이미 우리들은 모두 피시방에서 스타그래프트, 서든어택, 메이플스토리 같은 게임을 하며 놀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식물학 교육을 들으러 간 곳에서 우연히 질경이로 제기 차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식물학 박사이신 교수님은 어렸을 적 질경이로 제기를 만들어서 친구들과 제기차기를 하며 놀았다고 하셨다.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질경이로 제기를 만들어 주었다. 질경이 제기를 차며 한참 놀다가 제기가 말라버리면 어떻게 하는가? 물에 잠깐 담궈놓은 뒤, 또 차고 놀았다고 한다. 나도 교수님에게 받은 질경이로 제기차기를 해보았다. 의외로 정말 재미있었다. 피시방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것과는 다른 형태의 즐거움이었다.
길가에 흔하게 자라는 질경이는 질긴 풀이기 때문에 손으로 잡아당겨도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거기다, 잎 속에는 질긴 실 같은 섬유질이 들어있다. 질경이 잎을 뜯은 다음, 잎 아래쪽에 있는 섬유질들을 서로 엮으면 제기가 만들어진다. 어떻게 엮느냐? 질경이 잎의 아래쪽을 조금씩 뜯은 뒤, 뭉쳐서 손에 들고, 휘휘 열심히 돌리면 알아서 섬유질이 뭉치면서 제기가 만들어진다.
물론 사람들은 질경이로 제기차기를 하는 것보다 집에서 혼자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유튜브를 보는 것을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친구들과 다함께 질경이로 제기차기를 하며 노는 즐거움은 조금 특별한 즐거움을 준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느끼기 힘든 그런 즐거움 말이다. 자연물을 활용하여 놀이도구를 만드는 즐거움, 제기차기를 하며 친구들과 직접 부대끼며, 깔깔거리는 즐거움, 내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 같은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자연에서 놀이도구를 만드는 소중한 지혜 하나를 오늘 배웠다. 운수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