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만약 식물을 신이 창조했다면 대나무는 신이 공예가들을 위해 만들어준 식물이 아닐까 싶다. 왜냐? 간단한 공구만 있다면, 대나무는 생활용품으로 만들기가 아주 유용하기 때문이다.
속이 비어 있는 대나무를 대충 자르기만 해도 연필꽂이가 만들어진다. 대나무를 세로로 쪼개면 그릇 모양이 만들어지며, 씻어서 바로 도시락으로 사용해도 된다. 국자, 숟가락, 젓가락도 만들 수 있다. 그 뿐인가? 대나무를 이용해 소금을 구워내면 죽염이 만들어지고, 대나무에 쌀을 담아 밥을 지으면 대통밥이 된다.
가볍지만 동시에 튼튼하기 때문에 울타리를 만들 수도 있고, 아예 오두막이나 정자를 지을 수도 있다. 대나무를 잘개 쪼개어 엮으면 모자부터 바구니, 가방, 커튼, 방석 등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말 많은 물건을 만들 수 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재료인가.
그러나 아쉽게도 나는 아직 기술이 부족하다. 따라서 목공용 톱으로 대나무를 잘라서 간단한 화분을 만들어 보았다. 대나무를 그냥 반으로 가른 뒤, 드릴로 바닥에 물구멍을 뚫어주면 된다. 또는, 대나무를 가로로 눕힌 뒤 옆구리를 'V'자로 잘라내면 아래와 같은 화분을 만들 수도 있다.
나는 가상의 대나무 마을을 상상해본 적이 있다. 마을 주변에 큰 대나무 숲이 있고, 그 대나무 숲에는 공동 작업장이 있다. 그 작업장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용품을 대나무로 만들어 소비하고, 남는 물건은 주변에 판매한다. 마을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나무 공예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쁜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공예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라, 정말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대나무 제품들을 만들어서 가져가는 것이다.
나의 대나무 공예 수준을 더 높여서, 언젠가는 더 멋진 작품을 만들어 보아야겠다. 참고로, 대나무 화분에 뿌린 허브 씨앗은 현재 싹을 틔웠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실천하기 > 자연인 생활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연인 프로젝트> 질경이로 제기 차기 (0) | 2024.06.14 |
---|---|
<자연인 프로젝트> 텃밭 가꾸기 (1) | 2024.06.11 |
<자연인 프로젝트> 구멍난 신발에 바느질을 하다 (1) | 2024.05.21 |
<자연인 프로젝트> 누워서 하늘 보기 (0) | 2024.04.06 |
<자연인 프로젝트> 농기구 '가래' 를 닮은 가래나무 열매를 먹어보자! (0) | 2023.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