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정말 운 좋게도 알고 지내던 어떤 선생님이 자신의 땅 일부를 빌려주셨다. 그래서 우리 가족을 포함한 총 4팀이 작은 텃밭을 가꿀 수 있게 되었다. 아쉽게도 집에서 그리 가깝지는 않다. 버스를 타고 약 20분 정도 가야 이 텃밭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은 텃밭을 가꾸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에게는 살면서 꼭 갖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었다. 마당 있는 집, 텃밭, 작업실이 바로 그것이다. 그 중에서 텃밭은 직접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실용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작은 텃밭에서 나오는 식량들은 양이 많지 않고,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휴일마다 이 작은 텃밭에 가서 잡초를 뽑고, 모종을 심고, 땅을 파고, 물을 뿌리는 노동이 주는 정신적 만족감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인류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식량을 얻기 위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였다. 사냥을 하고, 낚시를 하고, 열매를 따고, 농사를 짓고, 가축들을 돌보았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무엇을 했는가? 도구를 만들었다. 사냥도구, 낚시도구, 농기구 등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도구들을 말이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물건을 직접 얻기 위해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것, 그것을 일차적 노동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회사에 가서 일을 하고, 생존에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월급을 받는 것은 이차적 노동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자연인이 되기 위해 일차적 노동만을 하며 살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불가능하며,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나는 일차적 노동과 이차적 노동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되돌아보았을 때, 앞에서 언급한 이른바 "이차적 노동"만으로 나의 인생이 가득 차 있던 시기가 있었다. 그 때는 텃밭을 가꿀 시간적 여유도 없을 뿐더러, 주변에 땅을 빌려주겠다는 사람도 없었다. 괴로웠다.
그러나 나의 손을 직접 움직여 텃밭을 가꾸고 있는 요즘, 나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족감을 느낀다. 마치 그동안 채워지지 않았던 일차적 노동에 대한 원초적인 욕구를 해소하고 있는 듯하다. 혹시 한번도 텃밭을 가꾸어본 적이 없다면, 한번쯤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예상치 못했던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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