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국립공원이 하나 있다고 해보자.
그 국립공원 중심에 산이 있다.
그리고 그 산에 오르는 코스가 2개 있다.
A코스 입구에는 안내판이 하나 있다.
코스 길이가 얼마고, 등산하는 데 시간을 얼마나 걸리고..
이것 저것 유용한 정보가 쓰여 있다.
그리고 정상까지는 별다른 안내판이 없다.
해설 프로그램이나 체험 프로그램도 없다.
사람들은 열심히 정상까지 오른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마다 느끼는 것이 제각각이다.
즐거워하는 사람도 많고, 어떤 사람은 풍경을 보며 크게 감탄한다.
사람들은 산에서 좋은 추억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간다.
자, 이번엔 B코스가 있다.
B코스 입구에는 국립공원에서 마련한 안내소가 있다.
안내소에는 등산에 필요한 유용한 정보는 물론,
그 국립공원의 역사, 생태계의 특징, 등산 중 만나게 될 다양한 풍경과 그에 얽힌 이야기 등
다양한 정보가 담긴 안내판이 탐방객의 눈높이에 맞게 배치되어 있다.
모든 사람이 안내소에 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대부분 안내소에 가서 정보를 얻는다.
안내소에는 국립공원 직원이 안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B 코스로 정상까지 가는 길은 총 5km 정도 되는데,
중간 중간 해당 지역의 생태, 생물종, 역사, 문화, 국립공원의 가치 등에 대한 안내판이 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 안내판을 자세히 읽지는 않는다.
그러나 몇 몇 사람들은 주의깊게 안내판을 읽고 지나간다.
B 코스로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사람들은 현수막을 하나 보게 된다.
등산로 입구에 있는 안내소에서 30분짜리 작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현수막이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전 안내소에서 그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모든 국립공원에 대한 설명이 들어간 작은 책자와
지역 특산물로 만든 차 티백을 선물로 받는다.
자, A코스와 B코스 중 어느 코스를 이용한 사람들이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와 국립공원의 가치에 대해 더 잘 인식하게 되었을까?
더 나아가, 생태계를 지켜나가는 일에 함께 동참할 수 있는 동지가 될 가능성이 높을까?
자연해설의 목적 중 하나는
탐방객을 우리나라의 자연을 함께 지켜나가는 동지 또는 지지자로 만드는 것이다.
그 탐방객이 일상으로 돌아가 자신의 일터에서 업무를 하면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한번쯤은 자연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국회위원 선거철이 되서 어떤 정치인이 길거리 연설을 하고 있을 때,
그 탐방객이 당당하게 손을 들고 그 정치인에게
'당신은 우리나라 생태계 파괴 문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라고 물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물을 수 있는 당당함의 근거가 되는, 뜻깊은 자연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사회의 생태시민성 수준을 높여서,
자연 보전을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 구조 및 제도가 발전하도록,
그렇게 해서 궁극적으로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회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자연 해설의 목적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을 찾아오는 탐방객들이 무엇을 경험하는지
역지사지의 태도로 세심하게 살피고
보다 의미있고 가치있는 방문 경험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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