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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기/해설사 업무 일기

<자연환경해설사 업무일기> 8편, 숲을 공부한다는 것과 숲에 기대어 산다는 것

by 토종자라 2023.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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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사 자격증 공부를 할 때, 나는 종종 혼자 근처에 있는 등산로에 가서 숲을 공부하는 척 하며 산책을 하곤 했다. 겨울눈도 살펴보고, 나무 껍질도 살펴보고, 잎도 살펴보면서 그 나무의 이름을 알려고 했다. 이름을 알면 책과 인터넷을 살펴보며 그 나무에 대해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한 내용을 블로그에 옮겨 적었다.

그러나 그렇게 공부한 내용은 그리 오래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그것들은 내가 직접 느낀 것들이라기 보다는 다른 누군가가 연구한 내용을 베껴 쓰고, 내가 한번 더 정리한 것 뿐이었다. 나는 내가 그렇게 스스로 적은 내용들이 크게 가치 있다고 느끼지 못했다.

그 시절, 나는 숲을 공부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숲에 갔던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되돌아보자면, 그런 방식의 공부는 금방 재미가 없어졌다. 지금도 업무적으로 어떤 필요가 있을 때는 그런 식으로 숲을 알아가려고 하지만, 굳이 자발적으로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게 아주 중요한 점이다.

숲을 공부하는 것, 그것보다 내가 흥미를 느꼈던 것은 숲에 기대어 사는 것이다. 숲에 기대어 산다는 것? 도시에서 자란 나는 숲에 기대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 그러나 숲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아주 조금씩 알게 되었다.

동네 뒷산의 숲길을 걸으며 저 나무의 열매를 먹을 수 있을까 고민에 빠진다. 조심스레 따서 먹어본다. 달콤하고 시큼하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 열매의 이름은 "오디"라고 한다. 그리고 그 나무의 이름은 뽕나무라고 한다. 그 나무의 특징을 알려고 노력한다. 잎의 모양을 보고, 나무 껍질의 질감을 느낀다. 그래야 그 나무를 다음부터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디를 다 먹지는 않는다. 1~2개 먹고 나머지는 다른 생물들의 몫으로 남긴다.

돌아오는 길에 나뭇가지를 좀 줍는다. 솔잎도 좀 줍고, 솔방울도 줍는다. 그걸로 집에 돌아와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라면을 끓인다. 라면에 김치도 넣고 계란도 넣는다. 그렇게 한끼를 먹고 누워 하늘을 본다. 물론 이것은 나의 부모님이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는 시골에 내려왔을 때만 가능한 이야기다.

나에게는 아직 그 정도가 숲에 기대어 사는 일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숲을 공부하려고 덤벼드는 것과, 숲에 조금씩 기대어 살아보려고 하는 것, 그 둘 중에 더 중요한 것은 후자라는 것이다. 숲에 기대어 살고자 하면, 그를 통해 직접적인 이익을 얻는다. 점점 나의 삶이 숲에 녹아든다. 그러면 점점 더 숲이 궁금해진다. 더 알고 싶어진다. 그러면 자연스레 도감도 보게 되고, 처음보는 열매나 버섯, 나물이 나타나면 더 알고 싶어서 인터넷과 책을 뒤져보게 된다.

자연을 착취하자는 것이 아니다. 아주 조금씩 자연에 기대어 살자는 것이다. 사람들이  아주 오랫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 다음에서야 우리는 숲을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숲을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을 지킨다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