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네 냇가에 가면 종종 만날 수 있는 새가 있다. 그 새의 이름은 바로 왜가리. 예전에 서울에 살 때 불광천 근처에 살았었는데, 언제나 개천 중앙에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서 있는 새 한마리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새도 왜가리였다. 이 밖에도, 길을 걷다가 냇가 중간에 뜬금없이 새가 한마리 서 있는 것을 발견하면, 그 새는 대부분 왜가리이다. 다른 새도 아니고, 어째서 왜가리가 이렇게 많아졌을까?
국립생물자원관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백로류 7종(왜가리,중대백로,중백로,쇠백로,황로,해오라기,흰날개해오라기) 34,373쌍이 살고 있는데, 이 중 왜가리가 가장 많다. 왜가리의 성공비법은 무엇일지 그리고 배울 점은 무엇이 있을지 재미로 한번 생각해보았다.
1. 엄청난 먹성과 도전정신(?)
-왜가리는 붕어, 피라미부터 쥐, 족제비, 뱀, 거북이까지 정말 못먹는 것이 없을 정도로 먹성이 좋고, 소화능력까지 뛰어나다. 이렇듯, 백로류 중에서 먹이의 스펙트럼이 가장 넓기 때문에 왜가리가 번성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왜가리는 사냥에 성공하면 먹이를 통째로 삼키는데, "눈 앞에 있는 것은 일단 삼키고 본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거침이 없다. 가끔은 너무 큰 먹이를 삼키다가 목이 찢어져 죽는 경우도 있다. 먹이의 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 삼키고 보는 왜가리의 도전정신을 배울 가치가 있다.
2. 끈기와 인내심
-왜가리는 마치 통나무처럼 가만히 서 있다가, 먹이가 근처에 오면 단번에 부리로 쪼아버리는 방식으로 사냥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10분이고 20분이고 좋은 타이밍이 올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기다린다. 가끔은 저 새가 진짜 왜가리인지 왜가리 동상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좋은 타이밍이 올 때까지 차분하고 끈기 있게 기다리는 왜가리의 태도를 배울만 하다.
3. 뻔뻔함과 공격성
-비둘기 정도의 뻔뻔함은 아니지만, 왜가리도 비둘기 못지 않게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가 만난 왜가리는 자전거 도로 중간에 떡하고 버티고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참동안 째려보고는 했다.
-자신이 우리나라 하천 생태계의 최강자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어서일까. 왜가리는 자신과 새끼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다른 새들을 공격하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사람도 너무 공격성이 없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무시를 당할 수가 있다. 왜가리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공격성을 갖고 있어야 이 험난한 사회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상으로 왜가리에게 배울 점 3가지를 정리해보았다. 왜가리를 본받아 나도 도전정신과 끈기, 인내심, 적절한 공격성을 갖고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왜가리처럼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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