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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날, 우산을 쓰고 웅덩이를 찾았다.
비가 아예 내리지 않는 것도 웅덩이 속 개구리들에게 치명적일 것이다. 그러나 비가 많이 오는 것도 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곳이 만약 넓은 연못이었다면 비가 많이 와도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콘크리트로 만든 배수로에서는 물이 천천히 땅 속으로 흡수될 수가 없다. 비가 내리면 콘크리트 배수로를 타고 엄청난 양의 물이 웅덩이로 쏟아진다.
일시적으로 웅덩이 속의 물은 굉장히 맑아진다. 그러나 가벼운 낙엽들은 물과 함께 쓸려 내려가고, 웅덩이 속에는 흙과 돌맹이만 남는다. 개구리들이 낙엽 아래에 숨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던데, 이렇게 되면 개구리들이 숨을 곳이 없어진다.
올챙이들도 다 쓸려가버린 것인지, 이 작은 웅덩이에 한 차례 홍수가 지나가자 올챙이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부디 어딘가에 납작 엎드려 몸을 잘 숨기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은 또 새로운 개구리를 한 마리를 만났다. 항상 보이는 흑돌이보다 등이 매끈한 녀석이다. 혹시 웅덩이와 육지를 오가는 녀석일까 싶어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녀석은 겁을 먹은 듯 도망치기 시작했고, 웅덩이의 지붕인 쇠창살에 올라갔다. 그리고는 퐁당 하고 아래 쪽 웅덩이로 빠져버렸다.
미안하다 매끈아. 너를 웅덩이에 빠뜨리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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