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들어 둔 나무다리를 이용해 개구리들이 오고 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오늘도 산책을 하러 갔다. 초등학생 시절 집에서 거북이 2마리를 사서 어항에 키운 적이 있었다. 그 때 어항 속에 돌을 넣어보기도 하고, 소라 껍질을 넣어보기도 하면서 거북이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참 재밌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나의 돌봄 실력이 부족한 탓에 거북이 2마리 모두 1년 만에 죽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오늘 배수로 웅덩이에 가보니 내 나무 다리의 첫 손님이 다리를 이용하고 있었다. 바로 딱정벌레였다. 배수로에 빠진 곤충들은 대부분 헤엄을 잘 치지 못한다. 그래서 그냥 허우적 거리다가 죽어버리곤 한다. 그런데 이 딱정벌레는 용케 이 나무다리까지 오르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물 속에서 많이 지쳤는지, 올라오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부디 열심히 올라와서 새 삶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한 편, 저번에 왔을 때는 한 마리도 보이징 않던 개구리들을 오늘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다행히 저번에 비가 많이 왔을 때 휩쓸려가지 않고 어딘가에 잘 숨어 있었나보다. 언뜻 보아도 4마리 정도가 웅덩이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중 한 마리는 왠지 낯이 익었는데, 검은 돌처럼 까무잡잡해서 이름을 '흑돌이'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내가 다가가자 얼른 물 속으로 도망쳤다가, 슬금슬금 다시 눈치를 보면서 배수로 바닥으로 기어나왔다.
스마트폰을 좀 더 좋은 기종으로 바꾸면 흑돌이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찍을 수 있을 텐데 화질이 좀 아쉽다. 집에 있는 오래된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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