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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기/뒷산 배수로 생물 관찰기

<뒷산 배수로의 생물들> (7화) 죽음과 생명이 공존하는 배수로 _2023.9.7.

by 토종자라 2023.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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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는 내 오래된 스마트폰은 잠시 넣어두고, 집에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출근하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나는 그 카메라를 들고 웅덩이 속 생물들을 관찰하러 갔다. 그런데 웅덩이 안에는 보라색, 검은색 딱정벌레 20마리 정도가 허우적거리며 생존을 부르짖고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죽은 지렁이의 사체가 적어도 10개 이상은 되어보였다.
 작은 생명들에게 배수로는 잔인한 곳이다. 딱정벌레와 지렁이들 입장에서, 한번 배수로에 빠지면 다시 나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살아남고자 길고 긴 배수로를 기어가거나, 물살에 휩쓸려 가다보면 이렇게 웅덩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헤엄을 잘 치지 못하는 딱정벌레들과 지렁이에게 이 웅덩이는 사형선고 그 자체이다.
 그래도 오늘은 내가 꽂아 놓은 나뭇가지를 타고 웅덩이 탈출을 시도하는 딱정벌레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미 많이 지친 것 같았다. 몇 발자국을 올라가고 한참 쉬고, 또 몇 발자국을 또 올라간 뒤 멈춘다. 이제 조금만 더 기어가서 나뭇가지 끝으로 가면 다시 흙을 밟을 수 있을 텐데 그것이 참 힘들다.
 한참 동안 딱정벌레들과 개구리들을 관찰하고 있는데, 올챙이가 한 마리 웅덩이를 헤엄쳐 갔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다리가 4개 달려 있었다. 얼굴 생김새도 제법 성체 개구리와 닮았는데, 아직까지 긴 꼬리를 단 채로 웅덩이 속으로 헤엄치고 있었다. 나는 이 청소년(?) 개구리를 "네발이"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올챙이들 사이의 생장 속도가 다른 듯, 한 쪽에서는 이제 겨우 뒷다리가 생긴 올챙이가 열심히 헤엄을 치고 있었다.  

어린이와 중년의 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