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날씨다. 시원한 가을이 오는 것은 좋지만, 날씨가 추워질수록 웅덩이 속 생물들과 이별하게 될 날이 다가오는 것 같아 아쉽다. 아무래도 날씨가 추워지면 개구리들도 겨울잠을 자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지 않을까? 이별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까지 나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그들과 좋은 추억을 쌓고 싶다.
웅덩이를 바라보고 왼쪽에 있는 배수로 바닥을 나는 "마루"라고 부르고 있다. 그 곳은 개구리들이 편하게 올라올 수 있는 육지이다. 흑돌이는 그 마루에 앉아 있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내가 가면 거의 항상 그 마루 위에 올라가 있던지, 어중간하게 몸을 걸치고 있던지 둘 중 하나다.
내가 웅덩이에 갈 때면, 흑돌이는 내가 절대 그 웅덩이 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잡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꽤 여유로운 태도를 취한다. 밖에서 보면 쇠창살로 덮인 이 웅덩이가 참 답답해보이지만, 개구리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편안한 요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흑돌이는 내가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물 속으로 뛰어드는데, 적극적으로 숨지는 않고 그냥 물에 떠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머리만 내놓고 다리는 모두 쭉 뻗은 상태로 그냥 그렇게 떠다닌다. 바람이 불어서 작은 물결이 생기면 그 물결을 타고 천천히 웅덩이 속을 돌아다닌다. 아무 걱정도 미련도 없는 것처럼 가볍게.
배수로 뒤쪽에는 산이 있고, 그 산 골짜기로 작은 샘들이 위치하고 있다. 그 물들은 흘러서 웅덩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오늘도 웅덩이에서 올챙이를 찾지 못한 나는 혹시 그 사이에 그들이 완전히 개구리로 탈바꿈하여 산으로 올라가버렸나 싶었다. 그래서 샘 쪽으로 가보았는데, 아주 작은 아기 무당 개구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내가 못찾은 것일뿐, 웅덩이 속에는 올챙이 네발이가 잘 살아 있었다. 거기다가 내 등 뒤로 떨어진 다래 열매까지 주워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래 열매의 맛까지 보았으니, 오늘은 즐거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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