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Magnoliophyta 피자식물문 > Magnoliopsida 목련강 > Asterales 국화목 > Asteraceae 국화과 > Serratula 산비장이속
지금은 시민들이 투표를 해서 시장, 군수 등을 뽑는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중앙에서 수령을 내려보내 지방을 통치했다. 그리고 그 수령을 보좌하는 지방의 하급 관리들을 아전이라고 불렀다. 수령은 지방에 부임할 때 자신이 부릴 아전 1명 정도를 뽑아서 데리고 가기도 했는데, 이들이 바로 '비장(裨將)' 또는 '책방'이다. 참고로 한자 裨는 '도울 비'이다.
'비장'이라고 하면 소설 '배비장전'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도 고등학교 때 수능공부를 하면서 배비장전을 공부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소설 배비장전은 판소리 12마당 중 하나인 배비장 타령을 한글 소설로 옮긴 것이다.
배비장전의 줄거리는 이렇다. 한양의 김경이라는 사람이 제주목사로 부임하면서 배선달이라는 사람을 비장으로 삼아서 데리고 간다. 배비장은 주변 사람들은 물론 어머니와 부인 앞에서 한 가지 약속을 한다. 그 약속이란, 제주도에 가서 절대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요즘 말로 한다면 바람 피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이에 김경은 배비장을 골려주기 위해 제주도의 기생인 애랑과 짜고, 애랑은 배비장을 유혹하는 데에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날 밤, 애랑과 배비장이 함께 있는데 갑자기 애랑의 남편이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배비장은 애랑이 시키는 대로 궤짝이 숨어들어갔는데, 그 궤짝 채로 바다에 버려진다. 배비장은 어부의 도움으로 겨우 바다에서 구출되었는데, 정신 없이 흔들리다가 겨우 알몸으로 궤짝 밖으로 기어 나오니 그곳이 바로 관청의 마당이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한바탕 쪽팔리는(?) 신고식을 치룬 배비장은 훗날 한 고을의 현감으로 임명되어 선정을 펼치고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그렇다면 '비장'은 대체 뭘 하는 사람인가? 비장의 역할은 바로 비서 업무, 민정 시찰, 감찰 업무 등이었다고 한다. 감찰이란 살피고 감독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것이 숲 속에서 자라는 산비장이랑 무엇이 닮았길래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우선, 산비장이는 다른 풀들 위로 우뚝 서서 늠름하게 다른 풀들을 내려다보는 듯 하다. 다른 사람들을 감독하고 살피는 일을 하려면 그들보다 좀 높은 곳에 서서 내려다보는 것이 편하지 않겠는가? 산비장이는 키가 크다. 언뜻 보면 마치 다른 풀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괴롭히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보는 듯 하다.
둘째, 산비장이의 꽃이 '비장'이 쓰는 모자인 전립의 장식물을 닮았다. 전립을 보면 붉은 색 솔 같은 것이 달려 있는데, 그것이 산비장이의 꽃과 비슷하긴 하다.
셋째, 산비장이의 매끈한 총포와 보라색 꽃잎들을 멀리서 보면, 보라색 모자를 쓴 사람의 얼굴로 보이기도 한다. 총포는 꽃들의 아랫부분을 감싸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산비장이의 총포는 작은 기와처럼 생긴 조각들이 촘촘하고 매끈하게 꽃을 싸고 있는 모습이다.
나는 이 산비장이를 산림청이나 국립공원 직원들, 그 중에서도 특히 국립공원에 가면 종종 만날 수 있는 레인저들이 떠오른다. 비장이 고을의 사람들을 살피듯이, 그들도 자연을 살피는 사람들이이기 때문이다. 다른 식물들을 살펴보려고 하는 듯, 높이 자라난 산비장이의 꽃을 보고 있으면 마치 멋진 털모자를 쓴 레인저들의 얼굴이 보이는 듯 하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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