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Magnoliophyta 피자식물문 > Magnoliopsida 목련강 > Asterales 국화목 > Asteraceae 국화과 > Carpesium 담배풀속
깊은 숲 속에서 해바라기처럼 생긴 크고 노란 꽃을 보았다면, 그리고 그 곳이 숲의 가장자리 축축한 곳이라면, 그 꽃은 여우오줌의 꽃일 가능성이 높다. 해바라기의 변종이 아닐까 싶지만, 해바라기가 아니라 담배풀속에 속하는 여우오줌이라는 식물이다. 대체 무슨 냄새가 나길래 여우 오줌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꽃에서 여우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해서 맡아보았는데 말로 표현하기가 힘든 오묘한 냄새가 났다.
그러나, 만약 정말로 여우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해도 나는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왜? 진짜 여우의 오줌 냄새를 살면서 맡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여우는 쥐잡기 운동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췄고, 지금은 동물원이나 소백산에 가야 볼 수 있다.
숲에서 만나는 식물의 이름 중에는 잘 공감하기가 힘든 것들이 있다. 특히 쥐오줌풀, 노루오줌, 여우오줌 등 오줌이 들어가는 이름들이 특히 그렇다. 이 식물들의 이름을 지었던 옛날 사람들에 비해, 현대인들이 그만큼 자연으로부터 멀어졌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여우오줌은 담배풀속에 속하며, 담배풀 중에 꽃이 가장 크다는 의미에서 왕담배풀이라고도 한다. 잎이 담배와 닮아서 담배풀이라는 설, 꽃이 핀 모습이 곰방대에 불을 붙인 모습과 비슷해서 담배풀이라는 설이 있다.
곁다리로, 담배는 16세기 스페인의 필리페 2세가 원산지인 남아메리카 중앙부 고원 지대에서 종자를 구해 관상용·약용으로 재배하면서부터 유럽에 전파되었다. 그것이 임진왜란 직후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담배의 원래 이름은 타바코(Tabaco)인데, 이것이 일본을 거쳐 전래되는 과정에서 "담바고"라는 이름으로 음차되었다. 이 "담바고"가 담배가 된 것이다.
아무튼, 담배풀은 살충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담배풀을 썰어서 푸세식 화장실에 던져놓거나 물에 달인 뒤 분무기로 뿌리면 곤충들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내가 직접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진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이 왕담배풀의 잎을 따서 손으로 비비면 상큼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아마도 곤충이나 초식동물들로부터 잎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성분으로 인해 그런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중에 혹시 푸세식 화장실을 만들어 쓰게 된다면, 이 식물을 썰어서 한번 뿌려보아야겠다. 누가 아는가? 이 식물을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새로운 쓰임새를 알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