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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기/보도블럭 틈새 생물 관찰기

<보도블럭 틈새의 식물들> (29화) 2023년 7월 20일

by 토종자라 2023.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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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내리는 날 아침, 오늘도 달팽이 대감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출근길에 나섰다. 초록섬 앞에 서서 달팽이의 흔적을 열심히 찾고 있었는데, 나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축축하게 젖은 자주달개비 줄기 위에 달팽이 5마리가 열심히 기어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이 초록섬에 달팽이가 딱 1마리밖에 없는 줄 알았다. 한 번에 1마리씩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달팽이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고, 이 초록섬을 지키는 대감님 같은 생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생각보다는 이 곳에 달팽이가 많이 살았나보다. 심지어, 자세히 살펴보니 민달팽이도 1마리 보였다. 아니, 대체 다들 어디에 숨어 있었던 것일까? 가로, 세로 80c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곳에 이렇게 많은 달팽이가 살고 있었다니.. 이제는 달팽이 대감이 아니라, 달팽이 패밀리가 이 초록섬에 살고 있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여전히 달팽이를 관찰하는 것은 즐겁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달팽이를 관찰하며 느끼는 감동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무수히 많은 달팽이들을 보니, 이제 더 이상 이곳에서 달팽이가 희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일까? 역시 사람은 참 간사한 동물인 것 같다.

 그나저나, 달팽이들은 쓰러진 자주달개비 줄기 위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먹는 것처럼 보였다. 물을 먹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점점 분해되어가는 줄기의 표면에 살고 있는 작은 생물들을 잡아먹고 있는 것일까?